DMZ에 장단콩을 심다 / 박영대
굴 속에서 살던 발톱 한 마리
울고 있는 눈밭을 헤집는다
능선을 가로 질러 집게발을 쳐들고 영역 시위라고 확성기에 대고 질러댄다
거친 조국어만 어진 산하에 난무하다
경계도 없는 선을 우겨대며 넘나든 탓으로
넙적다리 같은 평화의 갯펄에서
흰 거품 게워내며 과시하고 있다
우리 안에 가두려는 필사에
발버둥치는 굶주린 본능
묶어둔 틈으로 삐져나온 한쪽 허리
손 닿지 않은 슬픈 땅
달래가며 살아온 뼈마디 통증
찬 바람에 시리다
가마솥에 푹푹 고아쑨 장단콩
무명베로 싸고
무겟돌로 누르고
한 나절 기다리고 나면
응어리진 원한의 두부 덩어리
언덕 하나로 갈라진 군화같이 닳은 세월
헝크러진 부모자식도 못 푼 그리움
두부 한 주먹 덥썩 멕여
한이라도 죄값 씻어내 주려는가
*** 처연하게 눈이 쌓인 서부전선 DMZ를 가다
상승 전망대에서 제 1땅굴이라고 지옥으로 뚫려 있을 것 같은 문이 있다
촬영금지라고 해서 눈으로만 그 슬픔 새긴다
눈 아래로 남북의 산줄기와 평야가 한 이불을 같이 덮고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누워 있었다
철조망에 갇힌 헝크러진 역사의 죄를 뉘라서 씻어낼 수 있겠는가
장단콩 손두부는 그 맛 그대로인데..
석장리 미술관의 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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