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대대로 내려온 맛이 고목나무 뿌리처럼 굵다
정갈한 첫날을 차례상에 올리고 삼가 절을 올린다
땅속에 언 내리 사랑 속내 아궁이에 지핀 장작으로
그믐날 밤 곱은 손을 녹인다
흙 속에다 묻어둔 가족의 명운
지하에서 지상으로 드러나는 음덕의 밧줄
키운 정으로 하루하루를 엮었다
내가 다닌 길이 생생한 허무가 되고
다 떠난 묵밭 허수아비로 남아
모를 줄 알아도 새 식구들 꼭꼭 눈 속에 넣는다
내 걱정은 마음 두지 마라
떠나고 나면 모두 신선이다
먹고 입는 게 구름이고 바람이다
내 혈육인 들판에 오손도손 뿌리 내려
울창한 숲에 푸른 둥지 하나 틀고 싶을 뿐이다
눈 하나, 코 하나, 귀 하나, 입 하나
다 귀한 우리 식구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세월이다
세월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조상이 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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