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박영대
멀어질수록 보고 싶다
멀어질수록 가물가물 더 간절하다
숙명으로 출렁이는 그날의 해후
헤매다가
고기 바람 한 마리로 떠돌다가
바다 망울 어둠에 묻힐 때
얼마 만에 찾은 아가미의 정착인가
심장 핏빛으로 드러내는 반가움
기척이기만 해도
지느러미의 오르막 맥질
혼자서 하는 외로움 놀이에
지칠 대로 지친 늙은 눈빛
바다 눈자위 퀭해져야 보여주는 그 속내
가슴 자리에 붙박이로
흔들리지 않는 희디흰 저 자존심
*** 울릉도에는 망망하게 작아지는 내가 있었다
선상에서건 뭍에서건 바라다 보면 위안이 있었다
다 내려 놓고 사정해도 비굴하지 않던 저 흰 등대
등대는 희.노.애.락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존심처럼 지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