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
생대구 한마리 수산시장에서 잡아와
해륙의 경계를 그어 분리한다
온 바다를 헤집고 다닌 큰 입과
지느러미와 꼬리 날개는
바다를 얕잡아보고 비늘에 새긴 문신
해수면 종횡무진 깍두기까지 다 먹어치운 몸집
살점 툭툭 불거져 세상을
겁주고 놀래킨 전과다
이름값 하느라 굴곡진 머리뼈에 붙은 찰진 거드름
살아서는 순순히 진술할 수 없는 묵비권
넋 빠지게 고아내면 최후 진술로 우러나온다
빈틈 하나없이
소화해낸 내장 안을 가득 채운
허옇게 쌓아 숨긴 곤이의 축죄
마지막 계절 눈 내리는
섣달 그믐까지는
다 풀어놓고 갈 일이다
* 대구는 설어(鳕
또 배 안에 가득 들어있는 곤이를 맑은탕으로 끓여야 담백 고소하다
요즘 동해안에서 대구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눈이 많이 쌓인 연말 생대구 한마리 사다가 끓이면 제철 맛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