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신춘문예 ■동아일보 안개 / 기형도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히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 문학 이야기 2010.12.25
84신춘문예 ■동아일보 서울로 가는 全琫準/안도현 눈 내리는 萬頃들 건너 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琫準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 문학 이야기 2010.12.25
82신춘문예 ■대구매일신문 박기영/사수의 잠 그날, 어둠 쌓인 슬픔 속에서 내가 버린 화살들이 어떤 자세로 풀밭 위에 누워 있는지 모르더라도 나는 기억해내고 싶다. 빗방울이 모래 위에 짓는 둥근 집 속으로 생각이 젖어 들어가면 말라빠진 몸보다 먼저 마음이 아파오고, 머리 풀고 나무 위에 잠이 든 새들이 .. 문학 이야기 2010.12.25
81신춘문예 ■중앙일보 沙平驛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待合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流璃窓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콥밥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內面 깊숙이 할 말들.. 문학 이야기 2010.12.25
80 신춘문예 ■동아일보 유년 시절/하재봉 江 마을 외사촌 형의 새총을 훔쳐 들고 젖어있는 새벽강의 머리맡을 돌아 갈대숲에 몸을 숨길 때, 떼서리로 날아오르는 새떼들의 날개 끝에서 물보라처럼 피어나는 그대, 무지개를 보았나요? 일곱 개 빛의 미끄럼틀을 타고 새알 주으러 쏘다니던 강안(江岸)에서 무수히 .. 문학 이야기 2010.12.25
78 신춘문예 ■서울신문 새벽 두시/신석진 새벽 두 시를 지나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언제나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시간은 방안에서 아무렇게나 뒹굴고 내가 버린 언어들이 다시 살아나서 나의 정신을 배반하고 이 고요한 밤을 배반한다. 간혹 저 별빛이 다가와 내 이름을 부르지만 나는 별빛의 이름을 부를 수 .. 문학 이야기 2010.12.25
77 신춘문예 ■한국일보 아침/유수창 아침은 노를 저어오는 저 싱싱한 사내의 純金빛 얼굴에서 빛나고, 그러나 금새 피곤한 하루는 서산에서 저문다. 이윽고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편 밤은 와서 다시 향긋한 입김을 물고 잠든 아기의 포대기 속에 있다. 아기를 보듬고 잠이 든 아내의 속눈썹 밑에도 있다. 신의 광명.. 문학 이야기 2010.12.25
한국 민족문학상 수상사진 2010 한국민족문학상 수상 사진 상패 메달 곽향숙 총재.김남웅 회장 시상 김남웅 회장. 곽총재와 도창회교수(수필가)와 수상소감 발표 가족과 함께 김정희 동화구연가와 민족문학가회원 문학 이야기 2010.12.19
[스크랩] 아까시 꽃 피면 / 이영혜 아까시 꽃 피면 이영혜 아기분 하얀 향내 밀려온다 내게서 지워진 아이들이 조막손으로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는 거다 움텄던 싹들 파내고 난 후 움푹 파인 구덩이에서 피어오르던 폐사지 흙냄새처럼 싸한 마취약 냄새 크지 않는 기억 속의 아이들 흰 젖을 몽글몽글 게워내며 아까시 나무 안에서 일 년.. 문학 이야기 2010.09.11
가리마 의혹 가리마 의혹/이영혜 좌심실 뜨겁게 펄떡이던 시절 급진 저항 투쟁이나 혁명 따위 꿈꾸지도 못했고 헤겔 마르크스나 체 게바라 같은 분들의 방문을 받아본 적도 없지만 운동권을 우려하는 대학생 학부모가 되어서도 아니고 온건 보수 안정 같은 단어들이 어울리는 나이나 품새 때문도 아닌데 오른손잡.. 문학 이야기 201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