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스크랩] 아까시 꽃 피면 / 이영혜

아리박 2010. 9. 11. 14:46

 

 

 

아까시 꽃 피면  
                   

                                  이영혜




아기분 하얀 향내 밀려온다
내게서 지워진 아이들이
조막손으로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는 거다

움텄던 싹들 파내고 난 후
움푹 파인 구덩이에서 피어오르던
폐사지 흙냄새처럼 싸한 마취약 냄새

크지 않는 기억 속의 아이들
흰 젖을 몽글몽글 게워내며
아까시 나무 안에서
일 년 치의 안부를 날려보낸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손사래 치며
밀어 보내는 아릿한 전언
내 빈 둥지 가득히
아기분 잊혀진 냄새 차오른다 

 

 

출처 :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배워야 한다.
글쓴이 : 曉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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