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지나거든 시월 지나거든/박영대 시월 지나거든 단풍잎 찾지 마라 눈이 아프다고 해라 시월 지나거든 곱다고 쓰지 마라 글 마르다고 해라 시월 지나거든 목향기 좋다고 취하지 마라 붉디붉은 감기에 코 막혔다고 해라 두어 달 시름시름 마르다가 끝낸다고 해라 속절없이 붉어만가는 시월이 말라가.. 자작시 2012.10.26
대지의 선순환 대지의 선순환 산 꼭대기에 맴돌던 단풍의 띠가 하루가 다르게 밑으로 산을 점령한다 깊게 들여 마신 심호흡을 한꺼번에 내뿜는 대지의 날숨이 숲 전체를 흔든다 입김으로 뿜어진 허연 무서리 한번으로 숲이 각혈하고 몸 전체로 번져가는 퇴락의 전이 눈앞에서 떠남의 여정을 지켜보고 .. 오늘의 생각 2012.10.20
못된 독서 습관 못된 독서 습관 내게는 못된 책읽기 습관이 있다 어려서 부터 누워서 읽는 버릇이 들었다 중학교 다닐적까지 형님이 쓰던 지금의 큰 테이블 책상이 있었고 접어서 개는 의자가 딱딱한 나무였다. 어떻게 그런 책상과 의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제법 괜찮은 책상이었던 것 같다 겨울밤 .. 오늘의 생각 2012.10.19
아뿔사 영하로.. 다따가 영하로.. 새벽에 등판이 시려 잠을 설쳐 깼다 온도를 낮게 맞추어 놓았더니 좀 추웠던 모양이다 요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옆지기가 일어나 쪼그리고 앉아 날이 새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불 둘러쓰고 i- pad 만지작 거리고 있다 내가 들썩이고 일어나니 차암~ 잠을 잘 잔다고 비꼰.. 터알농사 2012.10.18
가을비 가을비/박영대 가을비 내리면 들판 늙어간다 짙어가던 계절 농도가 묽어간다 꽉 묶은 다발에서 성글게 풀어진다 하나씩 둘씩 희여가는 내 머리털 날린다 가을비 내리면 개울 물소리 늙어간다 시원하게 우렁차던 물빛 서늘하다 힘찬 줄기 가늘가늘 돌틈으로 스며 흐른다 다 마시고나면 .. 자작시 2012.10.17
송이버섯을 따면서 송이버섯을 따면서 이곳 산중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한창 송이 철이다 다른 일 모두 제쳐두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송이버섯을 찾아 산속을 헤맨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집요하게 하는가? 송이향.. 그것은 그냥 향기가 아니다 새벽 숲에서 우는 소쩍새의 눈물이고 아픈 .. 오늘의 생각 2012.09.29
머루로 할까요, 다래로 할까요. 머루로 할까요, 다래로 할까요 한 달 전쯤에 머루랑 다래랑이란 제목으로 포스팅한적이 있다 집 뒤에 머루와 다래가 열린 모습으로 보고 귀하고 반가와서 올린 글이었다 오늘 좀 더 깊은 산으로 올라가 머루와 다래가 지천으로 익은 모습을 발견하다 머루 바로 옆에 다래가 다정하게 함.. 오늘의 생각 2012.09.28
흰 목도리를 두른 토루소 흰 목도리를 두른 토루소 없는 손발이 자유롭다 높은 감나무를 보면 길게 팔이 늘어나고 작은 꽃 하나에도 가까이 다감하다 신발을 보면 다리에 힘이 솟고 발목 시리도록 걷고 싶다 가슴으로만 만지고 가슴으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만 보고 싶은 네 팔다리의 생략 쌀쌀맞은 머리까지도 .. 자작시 2012.09.10
이 봄날 흐뭇한 생명들 이 봄날 흐뭇한 생명들 산중에 봄이 스믈 스믈 기어 나오고 있다 땅속에서 바위 틈에서 움츠리고 있던 봄이 잠을 깨어 어깨쭉지를 길게 늘여 기지개를 켠다 새 생명들이 태어나고 있다 오늘 아침에 숲을 바라보니 완전 이중 구조다 아래쪽에는 새기운이 돌아 푸른색 띠를 두르고 있다 위.. 오늘의 생각 2012.04.19
주민등록 주민등록 여기 숲 접어드는 길목에 딱따구리 한 가족 집을 짓는다 여기서 한오백년 살려는지 묵은 고목 양택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배산임수 살펴보고 양지 곁 외지지도 번잡지도 않은 서출동류 국화 뿌리 석간수에 앞산 멀지막이 들고나는 바람길 요모조모 둘러보니 고택 한 채 설 법.. 자작시 201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