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을 따면서
이곳 산중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한창 송이 철이다
다른 일 모두 제쳐두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송이버섯을 찾아 산속을 헤맨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집요하게 하는가?
송이향..
그것은 그냥 향기가 아니다
새벽 숲에서 우는 소쩍새의 눈물이고 아픈 상처다
어느 새도 따라 할 수 없는 가슴으로 우는 노래다
숲에서 살아가는 풀과 나무와 다람쥐와 새들의 바램이다
그들의 기원을 목청 좋은 소쩍새가 울음으로 솟아 용솟음치는 샘물이다
보여주기에는 너무 희고
만져주기에는 너무 연하고
들려주기에는 너무 감미로워
향기로 태어나기 위해 몸을 삭제해 버린 감춤
그리고 오감을 통합해버린 중심
무한 리필해도 그치지 않은
오직 향기 하나로.
송이향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부정이고 거역이다
그것은 숲의 순수한 사랑이요 가슴 뛰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행복을 돈으로 사겠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송이향은 산중 그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유일이다
송이 하나를 가방에 넣고 산속을 걸으면 산이 온통 향기로 가득 찬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향기가 앞서 간다
송이 하나를 가방에 넣은 후에는 다음 송이를 찾을 수가 없다
주변에 향의 자취가 퍼져 있어 이미 후각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송이버섯을 찾아내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
바늘에는 찔리는 아픔이 있어 통증이라는 실마리가 있다
그러나 송이버섯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
오직 숨어 있는 숨바꼭질이다
동네 주민을 따라 산으로 송이를 찾으러 갔다
온 산을 헤맸다
송이를 찾을 때는 길을 따라 다니는게 아니다
길이 없는 곳을 찾아 다녀야한다
무작정의 헤맴이다
학문의 바다가 이리 넓을 수 없으며 예술의 깊이가 이보다 더 한량 없을 수 없다
산속을 헤매다 목이 타고 다리가 먹먹하게 풀려 휘청거릴 때쯤
그만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을 때쯤해서야 송이를 만났다
앞서 간 뒷길을 걷다가 낙엽 속에 숨어 있는 술래를 찾았다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인연으로 만난 것이다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천생연분을 허락받은 것이다
지금 아내를 만난 것처럼.
천생연분을 허락 받다
낙엽속에 몸을 감추고 한무더기가 숨어 있었다
송이향을 맡고 있는 지금, 행복이다
송이처럼 귀하고 향기나는 추석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기까지가 아름다움입니다 (0) | 2012.10.03 |
---|---|
추석날 그리는 고향 달 (0) | 2012.09.30 |
머루로 할까요, 다래로 할까요. (0) | 2012.09.28 |
세상에 이런 생명이 (0) | 2012.09.14 |
새벽 (0) | 2012.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