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로 할까요, 다래로 할까요
한 달 전쯤에 머루랑 다래랑이란 제목으로 포스팅한적이 있다
집 뒤에 머루와 다래가 열린 모습으로 보고 귀하고 반가와서 올린 글이었다
오늘 좀 더 깊은 산으로 올라가 머루와 다래가 지천으로 익은 모습을 발견하다
머루 바로 옆에 다래가 다정하게 함께 있었다
머루랑 다래랑은 함께 있어야한다는 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머루가 익은 모습.
포도와 비슷하지만 포도보다 작고
인간들로 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자라서인지 사람이 바라는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겼다
송이송이에 가꾼 흔적의 가미가 없다, 탐스럽게 촘촘히 박혀 있지도 않다
줄기를 길게 늘어 다른나무를 타고 올라가 높은 곳에 달려 있다
섣부른 남정네에게 쉽게 처녀성을 정복 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이리라
맛은 포도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단맛이 진하면서도 뒷끝에 새콤한 향기를 보탠다
특히 포도를 먹을 때 씨를 골라내기가 불편한데 머루는 씨를 골라낼 필요가 없다
작은 씨가 있기는 한데 씨를 깨물면 씨에서 나오는 향이 그 맛을 깊게 해준다
포도보다 백배의 영양소를 가졌다는데..
가을 하늘을 모두 끌어모아 농축해서 만들어낸 보랏빛 별송이
예술감과 신앙심을 자아내게 한다는 퍼플 칼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보라색
우아함, 화려함, 풍부함에
외로움과 고독, 슬픔과 아픔을 같이 보듬고 있는
나팔꽃보다 더 짙은 산중 깊은 곳에서 외로움을 달이고 있다
다래는 키위의 조상이다
깊은 산중이 아니면 잘 있지도 않지만 열매를 보기도 그리 쉽지 않다
생긴 모습은 산골 나뭇꾼처럼 무뚝뚝하게 생겨 푸른색이다
젊을 때는 딱딱하다가 익어야 부드러워진다
다래송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래도 사내들 어울려 노는 것처럼 무리지어 열린다
암수가 따로 있어 옆에 부부나무가 같이 있어 정분을 나눠야 열매가 열린다
크기는 엄지손톱만큼 한데 다래는 익어도 푸른색 그대로다
눈으로 보아서는 익었는지 알수가 없고 손으로 만져 보아 능글해져야 익은 것이다
다 익으면 스스로 떨어져버려서 시기를 잘 맞추지 않으면 채취도 어렵다
아마도 한 여름 숲을 그리다가 말도 못하고 그대로 떠나 보내기 어려워서 푸르름을 열매로 뭉쳐 놓은 사랑의 응어리일 것일께다
머루랑 다래랑 친분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오래두고 그 향기와 맛과 색을 차로 만들어 갈무리해 놓았다
백날 지나 차 익고 산마루에 달 떠오르거든
아리산방에 여느 님 오시면 머루랑 다래랑 인연처럼 인적 끊긴 산중에서
외로움 같이 나누는 우정이나 나눠 볼까나..
머루로 할까요
다래로 할까요
다래가 열린 모습
다래랑 머루랑 함께 산다
머루. 농익은 가을 여자
다래. 여름을 못 잊는 남자
다래랑 머루랑 함께 사는 청산별곡.
청산별곡
살으리 살으리랏다 청산에 살으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울어라 울어라 새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우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물 아래 가던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를 들고 물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럭저럭하여 낮일랑 지내왔건만
올 이도 갈 이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하리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디에 던지던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던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우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으리 살으리랏다 바다에 살으리랏다
나문재랑 굴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으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 지나다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 해금을 켜는 것을 듣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보니 불룩한 술독에 독한 술을 빚고 있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이 매워 붙잡으니 내 어찌하리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작가미상. 고려가요
*** 떠도는 유랑시인이였는지, 귀향간 선비였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사랑을 잃어버린 비련의 낙오자인지...
청산별곡 나눠 부르며
머루향 다래향 맡으며
산중에 외로히 지내는
隨處作主(수처작주)
언제 어디서나 나만 잃어버리지 않으면 그뿐..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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