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선순환
산 꼭대기에 맴돌던 단풍의 띠가 하루가 다르게 밑으로 산을 점령한다
깊게 들여 마신 심호흡을 한꺼번에 내뿜는 대지의 날숨이 숲 전체를 흔든다
입김으로 뿜어진 허연 무서리 한번으로 숲이 각혈하고
몸 전체로 번져가는 퇴락의 전이
눈앞에서 떠남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다
한 생을 푸르게 숨 쉰 산속의 마파람
한 순간을 그지지 않고 흘러준 계곡의 피돌이
정한 속도로 어김없이 뛰어 준 어둠 지켜온 별들의 박동
숲을 푸르게 한 안스러움이었다
숲속의 직박구리 쑥부쟁이 다래줄 줄줄이 떠남 앞에 조상하고
뒤따를 자신이 거처할 숙명의 집으로 속절없이 귀가한다
거둠은 생명의 거둠과
또 다른 수확의 거둠이 생생히 병존한다
다음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받아들인 자기 거둠
수확하는 이들의 먹이를 위한 가을 갈무리
대지의 선순환이다
이 맘때쯤 숲의 서정
거둠과 수확
대지의 선순환
그래서 구절초는 조락에 피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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