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독서 습관
내게는 못된 책읽기 습관이 있다
어려서 부터 누워서 읽는 버릇이 들었다
중학교 다닐적까지 형님이 쓰던 지금의 큰 테이블 책상이 있었고 접어서 개는 의자가 딱딱한 나무였다. 어떻게 그런 책상과 의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제법 괜찮은 책상이었던 것 같다
겨울밤 추울 때 그땐 난방이 없을 때니까 책상 앞에 딱딱하고 시린 의자에 앉아 책을 본다는 것은 어린아이로서는 참기 힘든 어려움이었으리라
그래서인지 누워서 이불속에서 책을 옆으로 세우고 보는 버릇이 들었나보다
잠이 들 때까지 책을 보면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짤막한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른다
대개 밤에 책을 보다가 불을 끄는 것도 잊은 채 잠에 들곤 했다. 그래서 아버지로부터 불 켜 놓고 잔다고 야단도 많이 들었다. 내 어릴 때는 우리 동네에 전깃불이 안 들어 와서 등잔불이었다
그 버릇이 지금도 게속되고 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더니..
어른이 된 후에도 갖은 방법으로 누워서 책을 보는 습관에 집착했다
굵은 철사를 구불려서 누운 자세로 책이 눈 앞에 오도록 독서대를 손수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다
여러번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러다가 요즘에 누워서 보는 독서대가 나왔다
제작회사에 찾아가서 사용법을 알아보고 곧 바로 사서 사용하고 있다
사용해보니 내가 만든 것보다야 깔끔하고 남들이 보아도 창피하지 않다
지금 아리산방 2층에는 누우면 책이 눈 앞에 보이도록 독서대가 있다
지금도 책을 보다가 불 켜 놓고 자는 버릇은 그대로다
나름 오랜 습관이 돼서인지 불 켜놓고 자고나도 그리 피곤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려면 쉽게 잠이 오지 않은다
한가지는 책을 보는데 누워서 보면 피곤한 것은 분명 덜하다
그나마 이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누워서 읽는 못된 버릇이 한몫 한 것 같기도하다
지금은 아내가 불을 켜 놓고 잠을 잔다고 잔소리다
그래서인지 이젠 딴방에서 주로 잔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 숲속에서 소쩍세 울음소리로 밤 깊어 가고 떨어지는 낙엽 허공을 소용돌이 치며 내려 앉는데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 책 속에 나를 묻어보는 것도 산방에서의 즐거움이다
특히 시집을 얻져놓고 시 이불 삼아 잠이 들면 시 꿈이라도 꾸우리.
누워서 보는 독서대(누어서 독서대)
'오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새처럼.. (0) | 2012.10.22 |
---|---|
대지의 선순환 (0) | 2012.10.20 |
우리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사건 (0) | 2012.10.10 |
거기까지가 아름다움입니다 (0) | 2012.10.03 |
추석날 그리는 고향 달 (0) | 2012.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