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못된 독서 습관

아리박 2012. 10. 19. 07:18

못된 독서 습관

 

내게는 못된 책읽기 습관이 있다

어려서 부터 누워서 읽는 버릇이 들었다

 

중학교 다닐적까지 형님이 쓰던 지금의 큰 테이블 책상이 있었고 접어서 개는 의자가 딱딱한 나무였다. 어떻게 그런 책상과 의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제법 괜찮은 책상이었던 것 같다

겨울밤 추울 때 그땐 난방이 없을 때니까 책상 앞에 딱딱하고 시린 의자에 앉아 책을 본다는 것은 어린아이로서는 참기 힘든 어려움이었으리라

그래서인지 누워서 이불속에서 책을 옆으로 세우고 보는 버릇이 들었나보다

잠이 들 때까지 책을 보면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짤막한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른다

대개 밤에 책을 보다가 불을 끄는 것도 잊은 채 잠에 들곤 했다. 그래서 아버지로부터 불 켜 놓고 잔다고 야단도 많이 들었다. 내 어릴 때는 우리 동네에 전깃불이 안 들어 와서 등잔불이었다

 

그 버릇이 지금도 게속되고 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더니..

 

어른이 된 후에도 갖은 방법으로 누워서 책을 보는 습관에 집착했다

굵은 철사를 구불려서 누운 자세로 책이 눈 앞에 오도록 독서대를 손수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다

여러번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러다가 요즘에 누워서 보는 독서대가 나왔다

제작회사에 찾아가서 사용법을 알아보고 곧 바로 사서 사용하고 있다

사용해보니 내가 만든 것보다야 깔끔하고 남들이 보아도 창피하지 않다

지금 아리산방 2층에는 누우면 책이 눈 앞에 보이도록 독서대가 있다

 

지금도 책을 보다가 불 켜 놓고 자는 버릇은 그대로다

나름 오랜 습관이 돼서인지 불 켜놓고 자고나도 그리 피곤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려면 쉽게 잠이 오지 않은다

한가지는 책을 보는데 누워서 보면 피곤한 것은 분명 덜하다

그나마 이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누워서 읽는 못된 버릇이 한몫 한 것 같기도하다

 

지금은 아내가 불을 켜 놓고 잠을 잔다고 잔소리다

그래서인지 이젠 딴방에서 주로 잔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 숲속에서 소쩍세 울음소리로 밤 깊어 가고 떨어지는 낙엽 허공을 소용돌이 치며 내려 앉는데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 책 속에 나를 묻어보는 것도 산방에서의 즐거움이다

 

특히 시집을 얻져놓고 시 이불 삼아 잠이 들면 시 꿈이라도 꾸우리.

 

 

   누워서 보는 독서대(누어서 독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