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목도리를 두른 토루소
없는 손발이 자유롭다
높은 감나무를 보면 길게 팔이 늘어나고
작은 꽃 하나에도 가까이 다감하다
신발을 보면 다리에 힘이 솟고
발목 시리도록 걷고 싶다
가슴으로만 만지고
가슴으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만 보고 싶은
네 팔다리의 생략
쌀쌀맞은 머리까지도
누구를 떠나 보내고 여태껏 늘어난 모가지
동쪽으로 빼내 기다리고 있는가
오로지 치장할 자리 조차 없는 조각된 여유
흰 목도리 하나 걸치고 뽐내고 있다
생각도 생략된
미완의 완성
비어 있는 자리에 어떤 생각을 달까
흰 목도리를 두른 토르소
정원앞에 세운 돌 한점. 가져다 놓고 글 한줄 달아 주려 했는데 이제야 성사됐다
석명은 그때 지어주고 여태껏 바라보면서 몽환속에서 살았다
숙제처럼 미적여 온 뒷일을 어설프지만 마무리한 개운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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