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듬지 선생의 특강
백 년을 넘게 청춘으로 지내 본 우듬지 선생
늙어서 잘 살고 싶은가
젊어서 잘 살고 싶은가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사는 동안
우등 학생만 가르쳤다
거울 속 단장한 얼굴
새로 돋아난 귀여움
안개로 가린 눈발림속에서
겉만 보고 살았다
백이 넘는 세월은 잉여 시간
밑둥 잘려 잎 지고 잔가지 촐개지고
흙과 바람과 햇빛이 꼬아낸 세 가닥 동아줄
백골로 남아 내생 來生에 든다
밑둥지 땅 그늘 기는 참회의 길
전생의 세 절반 낮추라는 말씀이시다
청춘의 꿈 토막토막 잘라내 제 몫으로 키운
밑둥은 썪어가면서 말하고 있다
아래는 기둥이 되지만
우듬지는 땔감이란 걸
바닥 흠결은 지워지지만 우등생의 잘못은 배신
죽은 가지에서 시작하는 윤회의 길
이생은 긁힌 따끔한 아픔 한번
내생은 상처 파내는 고통
주어진대로
만들어가며
제 몫 넘어 사는 것은 내세의 차용
당신의 모골로 가슴안에 풍화를 품고
한 생 보여 주고 있다
빨리도 말고
늘리지도 말고
*** 우듬지 고사목을 표지목으로 세우고 그 앞에서 특별 강론을 듣는다
몸으로 윤회의 무위를 말씀해 주는 낭랑함이 평생 모실 스승이다
귀하게 모신 스승
즐거운 마음으로 學童이 된다
바람과..
흙과..
햇빛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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