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우듬지 선생의 특강

아리박 2012. 6. 7. 09:42

 

우듬지 선생의 특강

 

 

백 년을 넘게 청춘으로 지내 본 우듬지 선생

 

늙어서 잘 살고 싶은가

젊어서 잘 살고 싶은가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사는 동안 

우등 학생만 가르쳤

 

거울 속 단장한 얼굴

새로 돋아난 귀여움

안개로 가린 눈발림속에서

겉만 보고 살았다

 

백이 넘는 세월은 잉여 시간

밑둥 잘려 잎 지고 잔가지 촐개지고

흙과 바람과 햇빛이 꼬아낸 세 가닥 동아줄

백골로 남아 내생 來生에 든다

 

밑둥지 땅 그늘 기는 참회의 길

전생의 세 절반 낮추라는 말씀이시다

 

청춘의 꿈 토막토막 잘라내 제 몫으로 키운 

밑둥은 썪어가면서 말하고 있다

아래는 기둥이 되지만

우듬지는 땔감이란 걸

바닥 흠결은 지워지지만 우등생의 잘못은 배신

 

죽은 가지에서 시작하는 윤회의 길

이생은 긁힌 따끔한 아픔 한번

내생은 상처 파내는 고통

 

주어진대로

만들어가며

제 몫 넘어 사는 것은 내세의 차용

 

당신의 모골로 가슴안에 풍화를 품고

한 생 보여 주고 있다

 

빨리도 말고

늘리지도 말고

 

 

 

              ***  우듬지 고사목을 표지목으로 세우고 그 앞에서 특별 강론을 듣는다

                         몸으로 윤회의 무위를 말씀해 주는 낭랑함이 평생 모실 스승이다

                         귀하게 모신 스승

                         즐거운 마음으로 學童이 된다

 

 

 

                  바람과..

 

 

                    흙과..

 

   햇빛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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