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産苦

아리박 2012. 4. 24. 06:50

産苦  

 

허구헌 날 봄 안개가 산에다 장막을 치고 

가렸다 걷었다 부산을 떨고 있길래

무슨 일이 일어났나 궁금했는데  

 

아뿔싸 !

안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슬금슬금 숲속을 들여다 보았더니

두릅나무 촛불 푸르게 밝히고

취나물 넓게 자리 펴놓고

고사리 조막손 막 산고를 치르고 있다

 

삭풍으로 몰아 세운 한 겨울을 

홑이불로 견뎌낸 진통

달 차서 마른 곳에 탯줄 낳고 있다

 

 

산고 가리려고 안개는 날마다 그러고 있었는데

내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금줄을 넘었으니

 

신심도 없이 대충 살아 온 불온한 마음에

부정 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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