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신춘문예 ■ 경남신문 허氏의 구둣방- 이미화 발 끝에 달을 달고 저녁 강을 건너고 있는 허氏 구름처럼 떠돌았으므로 그의 생은 한쪽만 유난히 닳은 구두처럼 삐뚜름하다 그의 구두처럼 다 허물어져가는 옥봉동 산 1번지 아파트에 조등처럼 별이 걸릴 때 저녁하늘은 가난한 마을의 지붕을 건너가면서 지상의 가.. 문학 이야기 2010.12.25
09신춘문예 200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내압 / 이병승 한여름 땡볕에 달궈진 옥상 바닥 시원한 물을 뿌려주려고 잠가 둔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거침없이 몸을 흔드는 고무호스 긴 잠에서 깨어난 뱀처럼 시뻘건 각혈과 마른기침이 노래로 변하고 늘어졌던 마음의 통로에 생수의 강이 콸콸 흐른다 사방에 뿌.. 문학 이야기 2010.12.25
08신춘문예 [2007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스트랜딩 증후군/김초영 파일럿 고래들이 피아노의 검은 건반처럼 일렬로 누워 있다. 그들은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다. 중앙병원 307호실, 누워있는 엄마의 팔뚝에 옅은 햇빛이 스며든다. 오늘도 멍이 하나 더 늘었다. 의사는 건조한 표정으로.. 문학 이야기 2010.12.25
07신춘문예 [2007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스트랜딩 증후군/김초영 파일럿 고래들이 피아노의 검은 건반처럼 일렬로 누워 있다. 그들은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다. 중앙병원 307호실, 누워있는 엄마의 팔뚝에 옅은 햇빛이 스며든다. 오늘도 멍이 하나 더 늘었다. 의사는 건조한 표정으로.. 문학 이야기 2010.12.25
06신춘문예 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십이월의 교차로 / 한인숙 상여를 보낸다 초겨울. 언 슬픔이 기억의 행렬을 짓고 있다 한 세월 이정표도 없는 길 소리꾼의 요령소리가 산역으로 향하는 몇 구비 능선을 넘어서고 흑백의 한 생이 울음에 섞인다 상여꾼의 후렴소리를 더듬던 누군가 알 수 없는 기억에 찔린 .. 문학 이야기 2010.12.25
05신춘문예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단단한 뼈 / 이영옥 실종된 지 일년 만에 그는 발견되었다 죽음을 떠난 흰 뼈들은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독극물이 들어 있던 빈 병에 는 바람이 울었다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온 경찰차 가 사내의 유골을 에워싸고 마지.. 문학 이야기 2010.12.25
04신춘문예 ■ 동아일보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 김성규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 젖꼭지를 물고 있는 갓난아기, 온몸이 흉터로 덮인 사내 동굴에서 세 구(具)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은 부장품과 함께 바닥의 얼룩과 물을 끌어다 쓴 흔적을 설명하려 삽을 든 인부들 앞에서 웃고 있었다 사방을 널빤지로 막은.. 문학 이야기 2010.12.25
03신춘문예 [2003년 불교 신문] (강 / 이주렴) 1 깊이 흐를수록 뜨거워진다는 건 돌아올 메아리가 아닐지도 몰라요 그건 열매들이 익어가는 소리이거나 팽창하는 하늘의 속삭임일지도 몰라요 갈대가 맨발로 웅숭그린 강가에서 당신을 떠나 보내고 물수제비를 뜨며 단발간격으로 수면 흔들어 놓는 납작 돌멩이의 몸.. 문학 이야기 2010.12.25
02신춘문예 [2002년 동아일보] - 김중일 가문비 냉장고 내 생의 뒷산 가문비나무 아래, 누가 버리고 간 냉장고 한 대가 있다 그날부터 가문비나무는 잔뜩 독오른 한 마리 산짐승처럼 갸르릉거린다 푸른 털은 안테나처럼 사위를 잡아당긴다 수신되는 이름은 보드랍게 빛나고, 생생불식 꿈틀거린다 가문비나무는 냉.. 문학 이야기 2010.12.25
01신춘문예 개신고물상 [2001년 경향신문] (박옥순) 1 충대우 6로 29번지 언제부턴가 이곳에 버려진 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냉매가 지나던 혈관이 터져 버린 후 감옥 같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둔 문짝 떨어진 냉장고 가난한 사람의 소박한 꿈으로 바퀴 탱탱하게 부풀었을 젊음이 짐스럽지 않던 페달 부러진 늙은 .. 문학 이야기 201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