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시인들의 스승

아리박 2012. 7. 16. 09:08

시인들의 스승

 

고려달빛 시 낭송회가 열렸다

7월 14일 행촌문학관에 모인 시인들.

 

7월 긴 가뭄으로 헉헉대던 나무와 풀들이 단비에 술 한잔 걸친 기운으로 되살아나 한창 푸르름 짙어 가고 있다

장마비가 무더위를 다소 식혀 비 맞는 상쾌함까지 주는 주말 저녁이다

 

우연찮게 모인 여러 시인들이 화두를 스승으로 잡았다

스승의 날은 5월인데 어버이날과 어린이 날이 겹쳐 스승의 날은 물이 피보다 진하지 못해서인지 뒷전이게 마련이다

 

 

먼저 김승곤 (전 한글학회장)선생은 무애 양주동 스승을 회고하였다

본인이 `대한민국 인간 국보1호다'라는 발언으로 회자되었던 무애선생.

그의 저서 `文酒半生記'를 한줄이라고 읽은 사람은 그의 말에 이견을 달 수 없다고 술회한다

 

그의 국보론은 1.4후퇴때 열차편을 알아 보기 위해 동아일보사에 나왔다가 복도에서 보스톤 올림픽 영웅 손기정 선수와 화가 이용우를 만났다. `여기 국보들이 다 모였군. 국보도 몰라보고 이리 푸대접하면 되나' 하면서 툴툴 거렸다. 이후로 양주동 선생을 국보로 칭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 양주동 선생은 술을 좋아해서 `양주동이 洋酒둥이요' 하면서 양주를 즐겨 마셨다

주례를 서면 주례값을 흥정하고 방송 출연을 할 때면 선금을 요구하고 집에 도둑 맞을 물건이 없다며 방범비 내지 않았다. 또한 신문값은 국보가 보아 주는 것만도 영광으로 생각하라며 무료 구독을 고집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시궁창에 빠져 국보가 시궁창에 빠졌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국보가 어딨냐고 묻자 `내가 국보일세, 걸어 다니는 국보. 양주동 !!! '

대취해서 골목길에서 노상방뇨하다 걸리면 `국보도 몰라 보느냐며 호통을 쳤다

그의 재기와 천재성. 일탈 기행은 사람들을 참다참다가 내뿜는 노상방뇨처럼 시원하게 배설해 주었다

오랜동안 한글학회일을 하면서 기억하고 있는 양주동 스승에 대한 일화를 소개해 주었다

 

이에 덧붙여 도창회 시인은 무애 스승으로 부터 받은 `무원无源 '이라는 호를 받고 처음에는맘에 들지 않아 쓰지 않다가 요즘 나이들어 곰곰 생각하니 그의 호가 마음에 와 닿아 다시 쓰기 시작한다고 술회한다

 

 

백한이 시인은 편운 조병화 선생을 회고했다

세계 시인대회를 개최하면서 조병화선생과 인연을 떠 올리며 같이 오슬로 스톡홀름을 여행하던 빨뿌리 담배의 멋진 모습의 비디오를 틀어놓고 스승과의 인연을 술회하였다

지난호 고려달빛에 조병화 선생의 특집을 싣고 `시는 그 시인의 샘물'이라고 했던 그의 문학관을 썼다

그리고 낭송은 스승의 시를 낭송하였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조  병  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고 사세

 

 

나는 이 자리에서 자작시 `우듬지 선생의 특강'이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버려진 우듬지 고사목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사연과 그가 남겨주는 내생의 크나 큰 메세지를 소개하였다

 

 

 

우듬지 선생의 특강

                    박  영  대

 

 

 

백 년을 넘게 청춘으로 지내 본 우듬지 선생

 

늙어서 잘 살고 싶은가

젊어서 잘 살고 싶은가

 

맨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사는 동안

선량 학생들만 가르치고 살았다

 

단장한 거울 속 얼굴만

새로 태어난 귀여움만

안개로 가린 눈발림속에서

겉만 보고 살았다

 

백이 넘는 세월은 잉여 시간

밑둥 베어지고 잎 지고 잔가지 촐개지고

흙과 바람과 햇빛이 꼬아낸 세 가닥 동아줄

백골로 남아 내생 來生에 든다

 

밑둥지 땅 그늘 새기는 참회의 길

전생의 세 절반 낮추라는 말씀이다

 

청춘의 꿈 토막토막 잘라내 제 몫으로 키운 그루터기는 썪어가면서 말하고 있다

밑둥은 기둥이 되지만

우듬지는 땔감이란 걸

바닥 흠결은 지워지지만 우등생의 잘못은 배신

 

죽은 가지에서 시작하는 윤회의 길

이생은 긁힌 상처의 따끔한 아픔 한번

내생은 아픔 잘라내는 고통

 

주어진대로 사는

만들어가며 사는

제 몫 넘어 사는 것은 내생의 차용

 

당신의 모골로 가슴에 풍화를 안고

한 생을 보여 주고 있다

 

빨리도 말고

늘리지도 말고

 

 

 

 

*** 우듬지 고사목을 표지목으로 세우고 그 앞에서 특별 강론을 듣는다

     몸으로 윤회의 무위를 말씀해 주는 낭랑함이 평생 모실 스승이다

     귀하게 모신 스승

     즐거운 마음으로 學童이 된다

 

 

 

  한적인 교수 저작권협회장

 

 

  김승곤 교수 한글학회장

 

 

  백한이 시인  고려달빛 발행인

 

 

  김창동 시평론가

 

 

  서병진 시인

 

 

   동방원 시인

 

 

  도창회 교수 수필문학회장

 

 

   김동익 시인

 

 

  오문옥 시인 시낭송회장

 

 

  자작시 삶의 순례 곡을 열창

 

 

   오외수 뉴욕거주시인

 

 

  이금순

 

 

  김호영 비 내리는 명동 거리 열창

 

 

   필자 박영대

 

 

   이창원 민조시인

 

 

  기념 촬영

 

 

  뒷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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