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현대문학> 창간

아리박 2012. 1. 29. 13:58

문학이야기


<현대문학> 창간


  현대문학은 1955년에 창간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지입니다

2011년 7월 현재 57권 7호까지 679호를 발간했습니다. 최장수 기록입니다. 이 문학지의 창간은 1954년 7, 8월경 석재 조연현 선생님과 소설가 오영수 선생의 만남에서 비롯됩니다. 조연현 선생님께서는<내가 살아온 한국문단>(1968, 217-227쪽)에서 현대문학 창간 경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954년의 7, 8월경이었을까,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오영수 형이 하기방학을 이용하여 서울에 놀러 왔었다. 오형은 동향의 대선배인 김기오 선생이 월간지를 발간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데 같이 가서 한번 만나 보지 않겠느냐고 말해 왔다. 김기오 선생은  아직 나와 면식은 없었으나 그 분이 대한교과서주식회사와 문화당의 사장으로서 8,15이후 <조선교육>과 <소년>이란 두 월간지를 발행해 온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문예>가 문을 닫은 이후 우리나라에는 문학지다운 문학지가 없었습니다. 문인들에게는 창작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지면이 없었던 거지요. 6.25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문학도 큰 타격을 받았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조연현 선생님과 김기오 사장의 만남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조연현 선생님은 김기오 사장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문학적 포부와 평소의 각오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연현 선생은 김기오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잡지의 문제점과 순문예지 경영의 실패 원인을 두 가지로 진단했습니다. 하나는 장기적인 결손을 지탱할  만한 출자자가 없는 것이며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그러한 출자자가 있다고 해도 문학적 가치와 상품적 가치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하는 순문예지의 편집자나 경영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결함이 순문예지가 예외 없이 이 나라에서 실패하게 된 원인이다. 이 두 가지 결함을 해결할 수 있다면 순문예지도 성공할 수 있다. 만일 선생께서 잡지를 하고자 하는 희망이나 의욕이 있다면 저로서는 지난 50년 동안 누구도 실패했고 앞으로 누구도 성공하기 어려운 순문예지를 해 보실 것을 바란다 ”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문예지의 성공과 실패의 분석은 조연현 선생님 특유의 경험적 신념적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문예> 주간을 맡아 오는 동안 실무에서 얻어진 결과이며 평소의 소신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소신을 피력한 결과 조연현 선생님은 마침내 김기오 사장의 결심을 얻게 됩니다. 아무튼 조연현 선생님께서는 <현대문학>의 창간 계획을 수립하고 일을 착수하면서 몇 가지 운영 문제의 핵심을 정리하게 됩니다. 첫째로 <현대문학>을 어떻게 기업화하는 문제, 둘째 기업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문제는 문학적 권위를 확립하는 일인데 일조일석에 될 수 없는 일이라는 데 있다는 것, 셋째 잡지의 기본 성격 , 주조 등을 어떤 방향으로 지향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 넷째 위의 세 가지 문제를 어떤 구체적 형태로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 즉 잡지의 판형과 면수, 잡지의 분위기, 지가 등 수입 면에서의 조절 문제, 다섯째 신인 추천제의 심사위원 구성문제(<내가 살아 온 한국 문단> 참조)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근본적인 계획을 세워 나갑니다. 이러한 계획은 조연현 선생님이 얼마나 치밀했던가를 말해줍니다. 조연현 선생님께서는 조직적 판단, 또 실천해서 지속할 수 있는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던 것입니다.

 조연현 선생님은 <현대문학> 창간사에서 특히 “아무리 빛난 문학적 유산이라 할지라도 본지는 아무 반성 없이 이에 추종함을 조심할 것 이며 아무리 눈부신 새로운 문학적 경향이라 할지라도 아무 비판 없이 함부로 이에 맹종함을 경계할 것이다. ∙∙∙∙∙∙∙∙∙∙ 무정견한 백만인의 박수보다도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옳은 식견을 가진 단 한사람의 지지를 본지는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라고 설파했습니다. 이는 <현대문학>의 기본 성격과 그 주조를 파악할 수 있는 명문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소신은 평소 석재 조연현 선생님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이었고 문학적 판단과 철학이었지요. <현대문학> 발간의 중심적 토대는 문화적 유산에 대한 무반성적 추종을 불허하는 문제입니다. 역사의 판단과 반성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유산이 우리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것인가를 경계적으로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이정표 마련


 지금까지 석재 조연현 선생의 문단적 공과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문학작품 평론에 대한 문제를 제시하려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한 문제는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결론을 종합하면 조연현 선생의 문학적 평가는 바로 문단적 평가로 이어집니다. 선생의 문학은 문단과 함께 이어져왔습니다. 그 문단의 연속 맥락이 지금까지 전개된다고 볼 수 있지요. 선생이 평소 지닌 소신과 지론은 한국문학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특히 순수문학의 논리적 근거를 확립했어요. 순수문학은 인간성 옹호에서 나옵니다. 조연현 선생은 8,15 이후 한국문단의 모든 축을 민족문학의 전통성에 바탕을 두고 그 축을 흩트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조연현 선생이야말로 한국문단을 바르게 이끌어온 살아있는 한국현대문학사 그 자체였지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것입니다. 조연현 선생의 삶이 바로 한국 현대문학사의 축을 움직이는 큰 힘의 원천이었고 한국문학사의 족적이라 할 것입니다. 선생이 살아온 과정에서 청년문학가 협회의 발족, 그리고 <문예>와 <현대문학>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내가 살아온 한국문단><해방문단 20년 개관>을 주축으로 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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