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 118

소백산을 들이다

소백산을 들이다 흰 눈으로 덮인 소백산을 들였다 아늑하게 천지를 덮은 흰 눈이 가득한 겨울이다 지난 겨울에 혼자 올랐던 소백산과 똑 닮은 설산이다 크고 작은 호수경이 무려 10개가 넘게 보인다 중턱쯤에 위치한 큰 호수에는 희방폭포 자리에 한 겨울 빙폭이 흘러 족히 한 종지의 물이 고인다 호수 주변에는 삼림이 우거져 외지고 물 좋은 터에 속세를 떠나 길을 찾는 도량 하나 세운 가람이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소백산 정상 능선처럼 원만하게 봉우리들이 비로봉을 중심에 두고 동북으로 국망봉과 형제봉 서남으로 제1연화봉 제2연화봉 도솔봉 묘적봉이 연봉을 이루고 설경 사이로 바위와 원시 삼림이 여실하다 대설을 맞은 봉우리들이 부드러운 선으로 산맥을 이루면서 골을 이루고 골마다 크고 작은 호수를 품고 있다 눈 사이로 빙폭..

수석 2020.07.05

소나기 한 판

소나기 한 판 소나기의 계절 징조를 보이더니 산 너머에서 한무더기 구름이 몰려 온다 세력이라도 한번 보이려는듯 사위를 둘러치고 하늘을 막고 사람들을 부산하게 만든다 우두둑. . . . 큰 방울로 시작한다 나뭇잎도 두둘기고 지붕도 두둘기고 물통에도 성깔 한번 부린다 나무들이 숨죽이고 비한테 맞아주고 땅은 열기를 식히고 촉촉해진다 홈통에는 한 바탕 빗물을 모아 고랑으로 물줄기를 흘려 보내고 달구어진 몸을 식힌다 바람도 안 닫힌 창문으로 빗줄기를 흩뜨려 놓는다 시원하게 한 바탕 제 세상인듯 호령하고는 금새 지나간다 나무들이 생기가 돈다 바위들도 푸석한 먼지를 씻고 생명끼가 돋아난다 누구에게나 성깔이 있다 자기를 말하면서 보통은 성질이 급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자기가 성질이 급하다고 말한다 내..

오늘의 생각 2020.06.30

단양 신라 적성비 글씨

신라 적성비 단양 신라 적성비는 국보 198호이다 고구려 소속의 땅이었던 이 곳을 신라가 점령하고 세운 척경비로 신라 진흥왕의 교사를 받아 세운 비석이다 신라 진흥왕 6-11년 (545_550년) 경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흥왕이 직접 순행하여 세운 순수비는 아닌 것으로 추정되나 진흥왕 영토 확장과 백성 포용하는 순수비의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비의 내용은 신라 진흥왕의 국경을 넓히는 사업을 돕고 충성을 바친 적성인 아이차에게 상을 내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으며 이와같이 신라에 충성하는 백성에게는 포상하겠다는 국가적 시책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 올라 보면 이곳이 요새임을 금방 실감하게 된다 강으로 둘러쳐진 천연 요새로 영남으로 이어지는 보급로와 연결되어 있어 신라로서는 군사적 요충지로 절대적 자리이다 ..

여행 2020.06.28

방울새 시담

마당에 잡초를 뽑아내고 집안으로 들어와 무심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새들 몇마리 날아와 풀 사이를 헤치며 이리저리 놀고 있다 작은 몸매에 날씬하게 빠진 자태로 가느다란 민들레 꽃대에 시소를 타며 무언가를 쪼으며 날개를 펴고 날 때 드러나는 노란 날개옷이 참 예쁘다 이 새는 이쪽 저쪽 옮겨 다닐 때 걸어서 가는 게 아니라 날개를 펴고 짧게짧게 날아서 파닥이며 옮기는 모습이 귀엽다 접은 날개에 노란 깃이 섞여 여실히 드러나 있고 검은 줄무늬 깃털은 한껏 멋스럼을 자랑한다 날개를 펴고 날때는 노란색 날개가 더 잘 나타난다 이 작은 새는 멀리 나는 것보다 짧게짧게 날아서 날개 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좋은 컷이 없어 스틸 컷만 올린다 다음에 올 때는 망원렌즈로 장착하고 좋은 사진을 찍으리라 가만이 보고 있으..

오늘의 생각 2020.06.11

못 생긴 꽃

아침에 나와 보니 집 주변에 못 생긴 꽃들이 피어 있다 대개 열매가 좋은 식물들은 한결같이 꽃이 못 생겼다 화려하지 않고 생김 또한 보잘 것이 없다 열매가 좋으니 꽃은 덜 이쁘게 만든 하느님의 조화인가.. 집안을 둘러보는데 앞으로 열매를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은 죄다 꽃이 꾀째째하다 우물가에서 따 먹는 아로니아 바알갛게 익어 가는 오미자 올 여름 싱싱한 맛이 기대되는 딸기 매년 술을 담아 약으로 먹는 보리수 꽃도 좋고 열매도 좋으라고 하면 욕심이겠지.

직박구리의 매화방

직박구리의 매화방 겨울 옷 껴 입은 직박구리 매화방을 찾다 칙칙한 차림 단번에 매화꽃반지 매화꽃귀걸이 꽃단장 향기 속 직박구리 갖은 체위로 매화를 희롱 환하게 핀 매화 얼굴에 화기 가득 직박구리의 교태를 잡다 눈 맞추는 자세 쳐다보는 자세 들여다보는 자세 비틀리는 자세 콕 찍는 자세 . . . . 직박구리 매화방을 찾다 쳐다보기 몸비틀기 내려다보기 들여다보기 버티기 고개숙여... 콕 찍어... 움켜잡기 눕기 밑에서... 꽃 입밎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