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한 판
소나기의 계절
징조를 보이더니 산 너머에서 한무더기 구름이 몰려 온다
세력이라도 한번 보이려는듯 사위를 둘러치고 하늘을 막고 사람들을 부산하게 만든다
우두둑. . . .
큰 방울로 시작한다
나뭇잎도 두둘기고 지붕도 두둘기고 물통에도 성깔 한번 부린다
나무들이 숨죽이고 비한테 맞아주고 땅은 열기를 식히고 촉촉해진다
홈통에는 한 바탕 빗물을 모아 고랑으로 물줄기를 흘려 보내고 달구어진 몸을 식힌다
바람도 안 닫힌 창문으로 빗줄기를 흩뜨려 놓는다
시원하게 한 바탕 제 세상인듯 호령하고는 금새 지나간다
나무들이 생기가 돈다
바위들도 푸석한 먼지를 씻고 생명끼가 돋아난다
누구에게나 성깔이 있다
자기를 말하면서 보통은 성질이 급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자기가 성질이 급하다고 말한다
내 친구도 그렇다
그 친구가 평소 그렇게 유순하고 남을 배려하고 차분한 성격인데 운전할 때 만은 달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성격이 급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한바탕 소나기 같은 성격도 괜찮다
시원하게 쏟아 붓고 금새 파랗게 얼굴 푸는 하늘처럼
나뭇잎에서 반짝반짝 윤기가 난다
먼지를 씻어낸 도로는 맨발로 걷고 싶다
소나기 한바탕 지나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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