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틈 비집고 단풍 틈 비집고 박 영 대 대놓고 가을이라 말은 안 하고 으슥으슥 신열 난 늙은 감나무 보챈 기침 잦아지는 뜨락의 실솔 기력 떨어져 몸살 앓은 고향집 소식 계절의 틈에 감나무 기력 떨어져 몸살 난 감나무 자작시 2017.10.17
불꽃 놀이 불꽃놀이 박 영 대 얼마나 곤했으면 소금 심부름 온 동네 소문 떴을까 얼마나 집중했으면 눈꺼풀 졸음 이겨냈을까 등잔불 밑 성냥개비 탑을 쌓고 수마를 쫓는다 불놀이하면 이불에 오줌 싼다 일곱 살 때 할머니 으름장 여의도 강변 온 시민 오줌싸게 작정하고 하늘에 별 탑 쌓고 꽃불놀이.. 자작시 2017.10.01
흐르는 밤바다 흐르는 밤바다 박 영 대 별이 어둠의 그물에 끌려가는 주박 물에 빠진 작은 하루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둠이 흔들고 바다가 흔들고 크게 흔들면 고요한데 배 한 척 밀고 가는 소란에 등뼈가 흔들리고 개운하지 못한 수평의 흔들림 아무리 부딪쳐도 깨지지 않던 물바위 오만 원어치의 어둠에 속수무책이다 고요가 숨죽이며 일으키는 거부 반응 밤새 떨고 있는 네 곁에 내가 지키고 있는 시간 위로 내가 실려 가고 있다 나는 지도 위에 한 점 무심한 불빛 하나가 그리운 망망대해 파도 위를 흔들림 찾아가고 있다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한 조바심은 기다림에 익숙한 바다를 늘 그대로 둔 채 혼자서 출렁거리고 있다. 해를 보내고 여운을 남기고 달이 뜨고 .. 자작시 2017.09.21
연해주 수이푼강가에서 연해주 수이푼강가에서 - 수이푼강 이상설 선생을 추모하며 박 영 대 백골로 피어난 억새 조국의 얼굴도 모른 채 나라 잃은 설음 지금도 남아 꽃조차 희다 돌아가지 못한 여한이 질컥질컥한 진흙의 늪에서 차디차게 언 발 바다로 향해 걷지 못하고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추위에 떨고 있.. 자작시 2017.09.19
그늘집 (골프 시) 그늘집 박 영 대 富的 知的 虛榮의 새들이 날아든다 휴지 대접을 받는 천원짜리 노숙자에게 천원 한 장이면 하늘 같은 큰 절 오만원짜리가 들어서자 만원짜리들이 한쪽에 몰려 수군거린다 저 새들이 천원 한 장 적선을 쌓았을까? 입들이 난무해서 절반은 까고 들어야 할 수 싸움 듣도 보.. 자작시 2017.09.07
고사목 고사목 박 영 대 물에 뼈가 있다 바위에 뼈가 있다 나무에도, 풀에도, 바람에도 다 아우르는 산에 가면 뼈가 보인다 햇빛에서 뼈가 보인다 달빛에서 뼈가 보인다 별빛에서, 계절에서, 동서남북에서 다 아우르는 산에 가면 뼈가 보인다 고사목 한 생 뼈를 생각한다. 큰 산에 가면 고사목 한 생 자작시 2017.09.05
수묵살이 水墨살이 박 영 대 하얀 붓 끝 눈물 한방울 떨치니 산이 울고 강이 우네 눈 뜨고 보면 흑백의 간난살이 지그시 눈 감으니 평생 그리던 담농의 인연 파편들 검어지는 것조차 참고 참아 옅게 퍼지는 그늘더미 한참만에 여백 너에게 주고 싶은 것도 번지듯 내 안에 고인 純淡의 그리움. 자작시 2017.08.22
고수 골퍼 고수 골퍼 박 영 대 첫 홀 앞에 우람하게 서 있는 소나무님! 어무래도 나보다 한 수 위일 것 같아 여쭤 봅니다 어떤 골퍼가 고수인가요? 응 지난 라운딩보다 잘 치려고 하지 않은 사람 그럼 어떤 골퍼가 하수인가요? 오늘 최고 스코어 내려고 덤비는 사람. 이달의 골프시 . 고수 골퍼 파골프.. 자작시 2017.08.06
평창 하나 둘 셋 평창, 하나 둘 셋 박 영 대 평창 하나 어머니 뱃속이었다 세월이 태초가 품은 부화의 시간을 허문다 산맥이 된 어미 몫으로 고요의 태교를 몸가짐으로 산다 한 몸이었던 너 하나를 떼어낸 푸석한 산고는 차라리 향기였다 간절하게 묻어둔 思惟의 보물 창고 일생일석의 해후로도 인연 하나이기를 태어나기만 하면 세상의 극치 토중석 평창 둘 효석이 오고 법정도 와서 상원사 골짜기에 울림으로 남아 침묵의 함성을 말하다 한번 맘먹으면 깨트려져도 그저 웃고 만다 말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큰 바위 하나 품고 싶어서다 평창이 키우는 사람. 사람들 巖下老佛 평창 셋 평화가 눈으로 내려 한 철 쌓이는 積善 積雪 산이 어짊의 등불을 높게 밝히고 강이 굽어가는 흐름흐름 멀게 뻗었다 세상 길 밖의 길 평창으로 .. 자작시 2017.07.18
우드 세 자매 우드 세 자매 박 영 대 첫 딸은 재산 밑천이라지요 우리 집이 그래요 드라이버는 큰 언니 첫 타가 중요하니까 맨 먼저 나서서 길을 열지요 우리 집안 깃발인 셈이죠 맏이로 태어나서 항상 믿음직합니다 난 스푼이어요 터프한 성격이어서 언니가 머뭇거리면 제가 나서죠 아래로 예쁜 동생.. 자작시 2017.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