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달 희롱

달 희롱 "이번에는 35년만에 달거리를 한답니다 옷을 다 벗겨 놓겠습니다 모두 나와서 나체쇼를 보세요 2018년 1월 31일 20시 48분 이번에는 양도 많답니다" 부끄러움까지 발려져 어떤 낯가림으로 지나갈까 수군대는 진단하는 대로 혈압 당뇨 수치 챠트가 공개되다 정상이라니 안도하고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수군거리는 내밀힌 속 따먹히고 무섭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 부끄럼 없어져 버렸으니 부끄럼이 아닌 것도 부끄러워 내밀 놀라 자빠지기도 했었는데 만들어지는 것보다 알려지는 것보다 밀봉되어 위로는 하늘에 별과 달 땅 아래로는 감추는 일이었는데 생명이 끝나거든 가는 곳이 달이었는데 갈길이 겨우 그것이라니 달이 넋의 거리 별이 혼의 거리 세어놓고 보니 허망이다

자작시 2018.07.22

임진각에서

임진각에서 박 영 대 뜯겨진 헌 책장이 뒹굴고 있다 자유라는 글씨가 구겨진 채로 여러 나라 말로 덧칠해진 마지막 남은 화해의 불초지에 도둑고양이 뒷짐지고 어슬렁거린다 평화를 지키는 철조망에 왜 이리 녹이 슬었나 살펴보니 옛 임진나루터에서 쉬어 가는 형제의 오줌발이 삭아 다리마저 끊긴 강물은 돌아올 수 없다 우는구나 혈육조차 녹슬게 한 저 물컹한 개펄은 부끄럼도 없이 둔부 드러내고. 임진강과 끊긴 다리

자작시 2018.07.13

당신의 살아있는 말씀

당신의 살아있는 말씀 박 영 대 서른한 살의 한 남자 이야기입니다 그는 애먼 고사목 하나 되었습니다 나라 밖 서글픈 북만주 하얼빈에서 하늘의 명으로 나라의 울분으로 삼천만의 원한으로 세계 지도 위에 피 한 방울 그려 넣었습니다 죄인이 죄인을 잡아 가두었습니다 죄인이 죄인을 문초하였습니다 죄인이 죄인을 심판하였습니다 죄인이 죄인을 끝내 죽였습니다 불개미들 집단에 홀로 뛰어들어 안된다고 그래서는 아니 된다고 비겁한 침묵의 세상을 향해 외칠 말을 누군가가 꼭 외쳐야 할 말을 브라우닝 권총에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외침의 정의는 부정의 심장을 꿰뚫었습니다 외침의 평화는 불평등의 복부를 갈랐습니다 외침의 구국은 침략의 옆구리를 파고들었습니다 힘에 눌려서 겁에 질려서 보고도 못 본 체 듣고도 못 들은 체 당하..

자작시 2018.06.21

잡초 시비론

잡초 시비론 박 영 대 막무가내 물을 흐린다 교실 안 헤집고 다니는 미꾸라지 애초부터 미끌어진 꿈 어떤 포공을 모셔 와도 이름 지어 훈육하지 못했다 농부에게 욕을 먹인 무명의 어설픈 눈물 꼭 안 될 자리에 귄 없이 버티고 서서 미움을 번다 말리는 짓만 골라 하는 욕심 넝쿨 끝내 이름 석 자 차지하지 못하고 고집 계속 부리면 안에 들이기에도 밖에 격리하기에도 힘에 겨워 푸른기가 아깝다만 안 되는 것은 안 되고 호미 들고 나서겠다.

자작시 201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