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 여름 하늘
아리산방의 여름 하늘 화선지 같은 창공에 구름 떠 있다 비를 품지 않은 흰 뭉게 구름 담묵 잘 배합된 화원의 붓길처럼 밝음과 어둠이 선연하게 발묵되어 있다 아니 그 모습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다 긴히 전해 줄 말 바다가 된 하늘 바다 한 가운데 외로운 섬 하나 되었다가 하늘 한 가운데 외로운 별 하나 되었다가 만남과 별리를 이어주는 연락선 되었다가 자꾸만 달아나는 아기 손을 잡아주는 어머니 점점 깊은 바다로 떨어져 나아가는 아가를 쫓아 가는 아버지 이어졌다가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이어지는 하늘에서의 가족 동행 이탈과 합류 만남과 아별 세상사 이야기 무겁게 누르는 답답한 가슴 튀어 주는 관통 볕살의 따뜻한 위로 한 편의 영화를 본다 내가 화가라면 담묵 그득 묻힌 붓으로 하늘에다 저 뭉게구름 가는 길 그려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