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의 여름 하늘
화선지 같은 창공에 구름 떠 있다
비를 품지 않은 흰 뭉게 구름
담묵 잘 배합된 화원의 붓길처럼 밝음과 어둠이 선연하게 발묵되어 있다
아니 그 모습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다
긴히 전해 줄 말
바다가 된 하늘
바다 한 가운데 외로운 섬 하나 되었다가
하늘 한 가운데 외로운 별 하나 되었다가
만남과 별리를 이어주는 연락선 되었다가
자꾸만 달아나는 아기 손을 잡아주는 어머니
점점 깊은 바다로 떨어져 나아가는 아가를 쫓아 가는 아버지
이어졌다가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이어지는
하늘에서의 가족 동행
이탈과 합류
만남과 아별
세상사 이야기
무겁게 누르는 답답한 가슴 튀어 주는 관통
볕살의 따뜻한 위로
한 편의 영화를 본다
내가 화가라면 담묵 그득 묻힌 붓으로 하늘에다 저 뭉게구름 가는 길 그려넣고 싶다.
靑天一張紙
寫我腹中畵
푸른 하늘에 종이 한장 가져다가
내 맘 속에 그림 한장 그리고 싶네
새벽에 창밖에 샛빨간 아침놀이 나타나서 허겁 카메라를 준비하고 찍는데 제대로 찍지 못해 아쉽다
하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단 몇 분간에 온 하늘을 바꿔 놓는다
나 모르는 시간에 하늘은 이런 조화를 부린다
아리산방의 여름 하늘
숲과 어우러져
산봉우리와 어우러져
낮은 것과 높은 것
와로운
떠나감
돌아 옴
만남
환희
평온
사연
오늘 세벽 아침놀이 이렇게 올라와서 웃옷을 걸치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더니 글쎄 금방 사라지고 없더라니..
2층 창문에서 겨우 2장 찍고 말았다
밖으로 나갔더니 이렇게 사라져 버렸다
2층 창으로 아직 불이 켜져 있다
오늘 새벽 아리산방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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