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낙제점 농사

아리박 2017. 5. 7. 13:50

   낙제점 농사

 

  산방에 달포만에 왔더니 농사일이 시기를 다 넘겨 버렸다

도시에서 별로 중요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영부영 지내다가 이제야 발걸음 했다

 

기다리다 지친 매화는 피었다가 졌는지 꽃은 없어지고 손톱만한 매실로 달려 그간의 그리움을 달랬는지..

주인도 매화를 보고자 하였고 매화 또한 주인에게 보여 주고자 하였는데 이제사 후회해도 올해 안에는 서로 볼 수 없게 되었으니 통탄이로고 !!

 

보리수는 주인 없어도 제 할 일 다 한다고 꽃같지도 않은 작은 꽃을 파리똥처럼 피어 내고 있다

 

황금화화나무는 노랑 잎을 밀고 나와 푸른 애들하고 차별화를 태내듯이 귀태를 뽑내고 있다

한창 좋을 때를 넘겨 버린 진달래도 피었다 지고 돌단풍도 이제 다 커버린 애들처럼 이쁜 기색이 없어져 버렸다

 

밭에는 제 멋대로 온갖 풀이 제 세상 만난 듯 어지러지고 아이들 장난치고 논 방구석 같다

오늘 왔으니 이제부터 밭을 일구어야 한다

삽으로 파야 하니 오늘 안에는 다 못하고 내일까지는 초벌갈이로 파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대견한 것은 지난 겨울에 심어둔 마늘이 제법 잘 자라서 풋마늘로 뽑아 먹어도 될 만큼 잘 자라 있다

구석진 곳에 상추가 살아 남아 제법 쌈 한번 해 먹을 만큼 자라 있구나

 

 

  주인 없는 동안에 온갖 푸르름이 우거져 있는 아리산방

 

  지난 겨울에 심어둔 마늘이 제법 자라서 마침 풋마늘로 먹을 수있게 자랐다. 하나 뽑아서 된장에 찍어 점심으로 먹는다.

 

  아리산방 마당에 다 뽑아야 할 크로바 질경이 망초 들이 온통 다 차지하고...

  키가 다 자란 풀들은 風前草似醉라는 말과 같이 바람이 불면 술에 취한 것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흔들 거린다

 

  땅두름은 너무 세어져서 먹기에는 다 틀렸다

 

  이제부터 초벌갈이 삽으로 파야겠다

 

  미리 부탁해서 고추 한판을 준비하라고 일러 가져다 놓은 고추 모종

 

  땅두릅 풍성하게 먹을텐데 아깝다

 

  작은 밭에 무슨 잡초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났는지 ㅠㅠㅠ

 

  황금 회화나무가 기품도 당당하게 뽑내고 있다

 

  늦게 핀다는 감나무도 새 잎을 돋아내고

 

  장미가 꽃몽오리를 달고 유월을 기다리고 있다

 

  매화꽃을 보려고 했는데 다 지고 매화의 눈물인 듯 매실이 붙었네

 

  주인 없는 아리산방에 빨강 우체통이 주인 행세했네

 

  보리수나무 가지에도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작은 꽃을 달고..

 

  이쪽에 매화 나무는 키를 늘리고 주인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을고.. 

 

  진달래도 꽃을 피웠다 졌는지 꽃술만 남기고..

 

  밭일 시작하기 전에 셀카로 ...

 

  소나무가 송화가루를 가득 품고 곧 바람에 날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금낭화꽃이 심지도 않았는데 주변 곳곳에 퍼져 있다

 

  애기똥풀도 여기 저기 애기 똥 싸놓은 듯 집안 곳곳에 ..

 

  여기도 애가동풀 천지..

 

 

   삽으로 파야 하니 이틀은 족히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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