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苦
허구헌 날 봄 안개가 산에다 장막을 치고
가렸다 걷었다 부산을 떨고 있길래
무슨 일이 일어났나 궁금했는데
아뿔싸 !
안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슬금슬금 숲속을 들여다 보았더니
두릅나무 촛불 푸르게 밝히고
취나물 넓게 자리 펴놓고
고사리 조막손 막 산고를 치르고 있다
삭풍으로 몰아 세운 한 겨울을
홑이불로 견뎌낸 진통
달 차서 마른 곳에 탯줄 낳고 있다
산고 가리려고 안개는 날마다 그러고 있었는데
내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금줄을 넘었으니
신심도 없이 대충 살아 온 불온한 마음에
부정 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