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외양간 문을 닫다

아리박 2011. 1. 11. 04:26

외양간 문을 닫다/ 박영대

                           

 

발굽이 서럽다

하얗게 칠해진 발톱

쌍꺼풀 큰 눈으로 연일 운다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무단히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순한 풀만 먹고 살았는데

발톱으로 쟁기 끌었는데

오도 가도 못하게 울타리 쳐 놓고

 

힘으로 억지 부린 적 보았는가

 

하얀 역병이 돈다

발굽에

발굽 하나 믿고 살았는데

진흙 땅에 튼튼한 발굽

진흙 땅에 생매장 당하는 순한 눈

 

사람들 먹이 사슬이 토해 내고 있다

곰탕 국물 끓이는 

삽겹살 굽는 이들, 아직

취하고도 더 먹을 것이 남았다는 듯이

 

발굽 아닌

톱니바퀴가 돌리는 악순환

 

두려움 모르는 무서움

주인 아닌 호들갑

 

천재지변도 아니고

순한 눈 얏보다가

외양간 문을 닫는다

 

뿔에 쓴 사각모가 출렁인다

 

                                                   -  2010년말부터 구제역이 창궐하여 무수하게 생매장 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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