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눈으로 고백하다

아리박 2010. 12. 18. 07:33

눈으로 고백하다/ 박영대

 

얼룩진 한해에 눈이 내린다

말라 죽은 가지는 생명의 악세사리

속인 적이 있다.

청청하던 날 눈이 오면

안되는 줄 알면서 속인 적이 있다

눈이 오고 나서는  새잎이 나기 시작했다

죽은 가지에  웃음기 돌고 꽃이 피고

잘못된 줄기에서 핀 열매가 당당하기까지

흐트러진 자국을 남기고

지나간 수첩에는 변명들이 인형처럼 웃고있다

어긋난 경영자의 변명

동영상이 과거를 잡는다

뒷걸음치는 발걸음이 보인다

순순히 탄로나는 눈 발자국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는다

감추기 위한 술수

부실 보정 이론

한번만 눈이 내려 내 발자국을 지웠으면 싶다

달력 다하고 눈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희디 흰 세상에 내리는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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