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아파트, 죽부인처럼 눕다

아리박 2010. 12. 29. 12:12

아파트, 죽부인처럼 눕다 / 박영대

 

늦은 밤에 칸칸이 켜진 눈물입니다 욕정같은 어둠 차오르고

잠옷 갈아 입은 공동 침소에서 하루를 외박하려 합니다

하나 둘 꺼지는 함성같은 불빛 그림자로 대신해서 드러나는 하루치의 잠자리

파닥거린 만큼 헤집고 다닌 바닥에서 층층이 쌓인 연륜처럼 나이 들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결별한 새 깃 털갈이한 까닭을 모른 채 높아만 가는 아득한 공포에서

두려웠던 하얀 어지러움을 이물처럼 털어 냅니다

 

고개 쳐든 나무 꼭대기 낮아진 높이보다 더 높은 밥을 먹고 몸을 뉘입니다

흔들리는 바람 정도는 내려다 뵈는 벽으로 갈라져버린 금슬

불신조차 막아버린 고립 아무렇지도 않은 입맛에 스낵처럼 먹어 치웁니다

끝 간데없는 풍선에 매달린 평생 어치의 그 잿빛 몸값

귀가 때마다 꼬박꼬박 일수 찍고 들어 옵니다

잠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의미 없는 숫자 이름들 지하철역에서 부터 버젓이 주눅 들게 하고 

막아서는 바람통 틈새로 비좁게 오르내리며 아이들의 미술 시간에 숲으로 그려집니다

 

눈물 베인 장농 안방에서 몰아내고

은밀한 동침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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