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문을 닫다/ 박영대
발굽이 서럽다
하얗게 칠해진 발톱
쌍꺼풀 큰 눈으로 연일 운다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무단히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순한 풀만 먹고 살았는데
발톱으로 쟁기 끌었는데
오도 가도 못하게 울타리 쳐 놓고
힘으로 억지 부린 적 보았는가
하얀 역병이 돈다
발굽에
발굽 하나 믿고 살았는데
진흙 땅에 튼튼한 발굽
진흙 땅에 생매장 당하는 순한 눈
사람들 먹이 사슬이 토해 내고 있다
곰탕 국물 끓이는
삽겹살 굽는 이들, 아직
취하고도 더 먹을 것이 남았다는 듯이
발굽 아닌
톱니바퀴가 돌리는 악순환
두려움 모르는 무서움
주인 아닌 호들갑
천재지변도 아니고
순한 눈 얏보다가
외양간 문을 닫는다
뿔에 쓴 사각모가 출렁인다
- 2010년말부터 구제역이 창궐하여 무수하게 생매장 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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