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참 괜찮다
9호선은 개화역에서 중앙보훈병원까지 다니는 전철 노선이다
9호선은 일반열차와 급행 열차가 번갈아 운행하는 유일한 전철이다 따라서 많은 이용객으로 혼잡한 전철 노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 집도 9호선과 2호선역이 닿는 지역인데 전철을 탈 때면 9호선이 가는 연결역까지 가서 환승한다
급행 열차를 타면 시간이 절반으로 절약되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집 애가 9호선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개화역에서 전화기 보간 중이라고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내가 개화역에 찾으러 갔다 개화역은 9호선 종점역이다
유실물 찾으러 왔다고 하니까 직원이 그 전화로 통화를 걸어 보라고 한다
내가 전화를 걸었더니 아들 전화에 "아빠"라고 적혀진 상대방 전화가 울린다
"됐습니다"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전화기를 바로 내어 준다
신원 확인 같은 거, 주민등록증 내라는 등 여기에서는 의심 같은 게 없었다
아빠라고 전화기가 확인해 주는데 무슨 의심이 필요하겠는가
혹시 전화기 주워 준 사람 연락처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아 시스템적으로 열차가 종점역에 오면 직원들이 점검하면서 유실물이 발견되면 이렇게 찾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는 일상적인 일인 것처럼 간단히 대답한다
전화기를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걱정하고 불안해하는데 전철역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상 업무로 분실물을 찾아주고 있는 것이 시스템이었다
해외여행시 분실 절도에 가장 많은 품목이 휴대폰이라는데 휴대폰을 빼앗기 위해 위해를 가하고 빼앗아 간다는데 말이다
우리 전철에서는 잃어버린 휴대폰은 시스템적으로 찾아주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참 괜찮은 우리나라다
개화역에는 이렇게 따뜻한 지하철 시가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 구면이지요?
조 숙 진
늘어진 마당이 접힌 곳
올봄 민들레 앉았던 곳
그 자리엔 시간이 거꾸로 간다
햇살이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는 아침나절
깔깔깔 모여 나물 캐던
산골짜기 가재 잡던
아이들 그 속에 다 모였네
바람의 장난에 숨어 버릴까 봐
노란 대문 살며시 닫자
눈웃음 마주친
꽃과 나
우리, 구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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