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시한부

아리박 2015. 12. 4. 06:35

시한부

                    박

 

 

시한부 아닌 것이 없는데

 

시한부라는 말 한마디에

너를 정지해야할 것 같은

경각에 매달린다

 

흙이 된다는 것

나무의 밥이 된다는 것

물속 바닥이 된다는 것

 

초조하고

억울하고

두려워서

 

타협을 타협하고

원망을 원망하고

포기를 포기하고

 

늙었으면 싶다

더 늙었으면 싶다

 

시간이란 놈의 잔인한 채찍

 

남은 시간이

잔여 시간을 파먹는다

 

작별을 말할 수 있어서 고마워

눈물 흘릴 수 있어서 고마워

 

전부가 너 였다고

그리움이 심장보다 먼저

멈춰지기를

 

눈에 밟히는 그 눈물에 못 이겨

뒤 늦게 꼬옥 안아본다

 

슬퍼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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