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누군가의 시

아리박 2015. 9. 17. 07:20

     누군가의 시 /  박영대

          

9월이면 나무들 긴 화두 하나 붙들고 시를 쓴다

어린 입술 딸싹이며 옹알이 시작하더니

어느새 걸음마 꽃몽오리 시절 견뎌내고 

꽃은 한 때 사랑 휘날리던 스카프

그땐 그 사랑에 목매어 운 적이 있었다

 

고목도 처음 겪는 계절의 난장판에도

쏟아낸 땡볕 숨 막히는 열대야에도

불평 한마디 안 하고

꼭대기까지 언제 물 길어 올려

달디단 시어로 열매 맺는구나

 

밤잠이 깨져서 시가 되듯

견딤이 모질게 익어 열매가 되듯

 

누군가의 가을에 시 한 편 되어

황금률로 익고 있구나

 

 

 

다래가 익는 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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