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박영대
시한부 아닌 것이 없는데
시한부라는 말 한마디에
너를 정지해야할 것 같은
경각에 매달린다
흙이 된다는 것
나무의 밥이 된다는 것
물속 바닥이 된다는 것
초조하고
억울하고
두려워서
타협을 타협하고
원망을 원망하고
포기를 포기하고
늙었으면 싶다
더 늙었으면 싶다
시간이란 놈의 잔인한 채찍
남은 시간이
잔여 시간을 파먹는다
작별을 말할 수 있어서 고마워
눈물 흘릴 수 있어서 고마워
전부가 너 였다고
그리움이 심장보다 먼저
멈춰지기를
눈에 밟히는 그 눈물에 못 이겨
뒤 늦게 꼬옥 안아본다
슬퍼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