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촉
박 영 대
꽃은 필 때부터 푸른 요를 깐다
요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는 듯이
졸업식 같은 단발
복장단정이라는 굴레를 벗고
최소한의 여심으로
주체할 수 없는 색욕심
이 세상의 모든 색깔을 찾아내
그래서 유치한 푸른 꽃은 배제하였는가
부러워서
따라 하다가
채워지는 본능
바람끼와 바람씨를
잉태해내는 몸자리
꽃은 필 때 믿고 있겠지
평생을 이 자리에 푸른 요가 깔려있다는 것을
화촉 밝히는 일이 절제 밖이라서
대낮보다 밤이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