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
박 영 대
동장군 불러다가
무릎 꿇어 앉히고
회초리를 들었다
죄 없는 농부 옥토를 짓지 못 하게 부박한 경작 방해죄
일년초 풀뿌리 얼려 죽인 살초죄
나무에게 대뜸 다그쳐 옷 다 벗긴 몹쓸 추행죄
뜬금없는 북풍으로 소문 날조한 민심 소란죄
물 노래 돌 노래 바람 노래 사생활 방해한 훼방꾼
밤새 그 어린 별 바깥에 세워두고 벌벌 떨게 한 유아 학대
산비알 노루길 얼린 비탈길 교통 유발죄
긴 겨울 가난한 들짐승 배 골린 구휼 방해죄
죄목 일일이 따져 문초하니
그래도
고개 푹 숙이고 지 잘못 반성하는 품이
용서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