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
박 영 대
손자의 로봇 자동차 하나가
진열장 위의 수석에게 `할아버지야!'하고 부른다
듣는 순간
거실을 뛰어다니는 서툰 발음으로
우중충한 거실 벽이 활짝 얼굴을 편다
혈육을 매달고 있는 전등의 눈이
졸졸 튀는 걸음을 따라 바짝 긴장한다
뒤뚱거리는 발을 따르는 동안 누적된
뱃속에 더부룩한 적체가 나긋나긋 털어진다
세월을 누르고 있던 수석이
바퀴를 타고 로봇으로 변신
모래바닥에서 다져진 촘촘한 채로
삼대의 정을 말끔히 걸러내고 있다
두둥실 구름위에서
할아버지, 손자가 첨벙첨벙 동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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