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산향기 찍는 카메라

아리박 2012. 6. 25. 14:06

산향기 찍는 카메라

 

아침 산길로 산책을 나간다

요즘에도 산중에는 이른 아침에 쌀쌀하여 긴팔옷을 입어야 한다

유월의 녹음이 짙어질 만큼 짙어져 초록의 거대 동물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숲으로 난 오솔길

숲에 들어서면 상큼한  아침 산공기가 폐부 깊이 파고듬을 느낀다

 

잠시 산길로 접어 들어가다 보면 갑자기 짙은 향기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킁킁 주위 향기의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 거린다

산더덕 한뿌리가 산속 인근을 향내로 감싸고 있다

저 작은 산더덕 하나가 이 넓은 산속을 향기로 가득 채우다니..

 

우리 삶속에도 이런 향기가 있었으면 한다

색갈도 아니고 소리도 없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기분 좋게 하는 향기는 가장 문화적 감각이다

문화적인 민족일 수록 향을 만들고 향을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렸다

문화적인 생활의 맨 나중은 향내로 마무리 한다

 

길 가다가 멋진 풍경을 보면 카메라를 꺼내 찍고 싶듯

길 가다가 멋진 소리를 들으면 녹음기로 녹음하고 싶듯이

짙게 반응해 오는 이 기분 좋은 향기를 찍는 카메라로 이 물질을 찍어 남기고 싶다 

사진보다, 소리보다, 향기를 찍어 후각을 건드리면 이 세상은 더 문화적이 되지 않을까.

 

오감 중에 얼굴 한가운데 위치하는 코는 외관용으로 팔할쯤을 내주고 나머지로 본연의 후감각 기능을 하는 것인지 냄새 못 맡아서는 살아가는데 별 지장 못 느끼고들 산다

아웅다웅 살기 위해서만 열심인 우리생활이 문화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후각용 카메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인지.. 

 

 

산으로 가기 전에

 

  산향기 솔솔..

 

  상쾌함을 찍는 카메라가 아쉽다

 

   다래 덩쿨도 터널을 만들고.

 

  이 산더덕 하나가 숲속을 향기나는 동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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