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드디어 보건소로

아리박 2012. 6. 14. 05:38

드디어 보건소로

 

벌레한테 물리고 풀독으로 지금 가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산에 가서 오디 따고 산달기 따고 개복숭아 따온 것이 나흘이나 지났는데

가려움증과 부어 오른 팔 다리가 가시지 않고 계속 시위하고 있다

 

그동안 참아오던 옆지기가 보건소에 다녀오자고 먼저 제촉한다

나보다 가려움증을 잘 참아내던 옆지기도 인내의 한계에 다달았나보다

가려움에 대한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옆에서 말만 들어도 가려움증이 새로 돋아 더 가렵다고 한다

 

 

이곳 산중에는  윗마을에 보건 진료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벌레 물린데 풀독 오른데는 이곳 보건소 약이 잘 듣는다고 소문이 났다

우리 상처를 보여주자 동네 사람들이 모두 얼른 보건소에 가 보라고 한다

산중이라서 이런 환자들이 많아 특화되어 있는지 아니면 보건소장이 잘해 주어서 그런지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내 다리에 돋아 난 가려움의 증상이 보기에 퍽 곱다

암덩어리도 생긴 모습은 아름답고 하지 않은가

밤하늘 별무리 같이 돋아난 풀독의 별들

구름 한점 없는 여름밤의 대 향연이다

가려움증만 없으면 이런 증상 하나쯤 몸에 그려두고 싶을 정도로 보기에 괜찮다

 

붉게 빛나는 가려움의 별들.

문학적이지 않은가..

 

드디어 보건소에 갔다

가산 삼거리에 아담한 모습으로 입소문을 내고 있다

여자 보건소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증상을 보시더니 친절하게 상담하고 주사도 놓아 주고 먹는 약과 바르는 약도 같이 포장해 주셨다. 특히 심하면 바르라고 물약도 한번 더 주신다

긁어서 증상이 심한 나는 주사 두방, 옆지기는 한방.

 

못 보던 분이라고 이사 오셨나고 묻는다

아랫 마을에 새로 와서 산다고 했더니 글 쓰러 오셨다는 말을 자기도 들었다고 하면서 동네 병원처럼 퍽 가족적이다. 자연스럽게 주변 이야기부터 동네이야기 산중살이, 산딸기, 오디 이야기..

아~ 이런 모습에서 이 동네 사람들이 이 보건소를 믿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 가면 근엄한 의사한테 30분 기다렸다가 1분만에 상담을 마치고 처방해 주는 도시 병원에서의 풍경이 아니라 사는 곳 부터 묻고 동네 이야기부터 꺼내고 이렇게 정부터 털어 놓는 것에 아픈 산중 사람들에게 치유의 약은 이미 주어진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분 좋은 진료를 받은 것 같다

곧 가려움증이 가실 것 같은 마음이다

산중에는 이렇게 사람사는 정 풍경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가산 보건소 효과(플라시보)는 충분히 발휘된 것이리라

 

 

   친절한 보건소장님에게 받은 정이 가득 든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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