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비에 젖은 나비 한마리

아리박 2012. 6. 11. 14:41

비에 젖은 나비 한마리

 

비에 젖은 나비 한마리 쉴 곳을 찾다가 지붕위에 살포시 몸을 누이고 앉아 있다

나비는 체온이 30도까지 오르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날개를 태양열 집열판처럼 펴고 배에는 체온을 올릴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가능한 빨리 날 수 있는 체온으로 올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할 수 없이 기다려야 한다

허긴 날씨 개이고 햇볕 나면 지붕이 가장 먼저 온도가 오르리라

그걸 알고 지붕에서 기다리는건지 모른다

 

빗물에 날개가 젖고 있다

감각의 촉수인 더듬이도 젖는다

 

더듬이도 젖고 날개도 젖은 나비에게는 모든 존재가 부정된다

 

어느 꽃을 찾아가야 할지 날지 못하는 생의 방황

비에 젖은 나비에겐

날개를 달기 위한 변태와 날기 위한 기다림이 모두 눅눅해 보인다

 

나비의 일생에서 날 수 있는 순간이 어느 삶에서 보다 아름다운 이유다

 

 

  날개에 빗물이 젖어 마냥 기다리는..

 

 

   저렇게 훨훨 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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