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뽕녀가 되다

아리박 2012. 6. 9. 23:57

 

뽕녀가 되다

 

어제 늦게 옆지기가 아리산방에 내려 왔다

내가 지난 토요일에 왔으니까 일주일 혼자 있었던 셈이다

그 동안에 손님들이 와서 이틀동안은 바쁘게 지냈지만.

 

옆지기는 햇빛 알러지가 있어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가 산길에서 뽕나무를 발견했다

별로 크지는 않은데 검게 익은 오디가 까맣게 붙어 있다

사전에 준비를 해 가지 않아 겨우 비닐 봉투 하나가 있다

처음에는 손으로 한주먹 따서 입에 넣어 보니 달콤하기가 꿀맛이다

진하게 오디 향기가 입안에 가득 채워진다

몇주먹 따서 먹으니 어지간한 요기가 되는 듯하다

둘이서 그 나무에 있는 오디를 다 땄다

밑바닥에 바위 틈새로 많은 허실을 해 가면서도

비닐 봉투에 거의 가득 따와 담궈 놓은 술에 부어 넣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까맣게 익은 오디는 손가락으로 살짝만해도 떨어진다

잘 못해서 나무가지라도 건들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다 익은 열매는 저절로 떨어진다는것을 확인해 주기라도 하는 듯.

손바닥이 거멓게 물들고 입 주변도 거멓다

 

아침 식사도 하기전 오디 따느라 시간도 지났겠다 오디를 계속 따먹은 검게 물든

내 입을 보며 웃겨 죽겠다는 박장대소다

 

오후에는 깊은 산중에서 살고 있는 이사장한테서 산에 딸기가 많이 열렸으니 따가라고 연락이 왔다

올라가 보니 오디와 딸기 지천이다

요즘이 오디와 산딸기 계절인가보다

 

산은 이른 봄부터 산나물, 이젠 오디와 딸기, 가을되면 과실과 뿌리로 우리에게 혜택을 준다. 끊임없이.

나는 산에게 무엇을 주는걸까..

 

새삼 자연의 품이 넓고 푸근하다

 

 

 

 

   냇가에 뽕나무. 붉은 것은 덜 익은 것이고 검게 익어야 한다

 

   오디 따는 뽕녀가 된..

 

   우리가 서툴러서 반쯤은 허실한 것 같아 뽕나무에게 미안했다

 

   따와서 고르느라고 밤새 손이 거멓게 작업했다.  아이구 허리야~

   이렇게 빨리 작업하지 않으면 물러져버릴 것 같아..

 

   이렇게 맑고 선명한 산딸기.

   보기는 이래도 따는데는 가시가 있어 손이 찔리고 옹색한 곳에 자라고 있어서 산딸

   기 따기가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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