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창작. 표지목
오늘 새로 모셔온 아리산방 표지목.
앞 선암계곡에서 100년을 넘게 살아오다 삼년전에 베어져 물속에서 겉가죽 다 벗어내고 뼈만 남아 풍우에 씻기고 햇빛에 바래져서 천변가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던 고사목 하나 !
밑둥은 잘려 나가 동네 여러 집에 버섯 재배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길이가 지금 남은 우듬지의 두배가 넘는다
여러 사람들이 더 잘라다 재배목이나 화목으로 쓰려고 했는데 물에 젖어 있어서 그냥 남아 있었던 것이다
워낙 크고 무거워 엄두를 못내고 그동안 물속에서 우려지다 큰비에 떠내려와 강변에 걸려 버려져 있었다
오늘 아리산방으로 정중히 모셔 왔다
고제를 지내고.
둘레가 120cm, 무게는 1톤 이상, 높이가 550cm로 아리산방 지붕 높이와 엇비슷하다
상단에 두 가지가 벌어졌는데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다
일월성진을 다 받아 내려는 몸짓으로
수종은 미류나무
원래 미류나무는 질이 약한 것인데 물속에서 삼년을 우려지고 햇빛에 조련되어 목질이 더 단단해졌다고 한다
이 나무는 우듬지 부분이다. 밑둥에 버섯 재배목으로 지금 남아 있는 키의 두배가 넘는 길이가 잘려 나갔다
살아 있음으로 받은 은혜 다 반납하고 하얀 백골로 남아 있는 모습은 이 세상을 모든 것 내려놓은 법정스님의 무소유 모습이다
어쩜 저렇게 흰 뼈만 남기고 다 빼낼 수가 있는가
환갑이 지나면 눈 높이를 세절반으로 줄이라는 우듬지의 가르침 같다
다 버린 모습은 무위 자연의 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얗게 벗어버린 모습에서 찬연한 빛이 우러나온다
사립문 문설주로 아리산방 표지목으로 정중하게 모셔왔으니
아리산방의 일원으로 오래 같이 해 주었으면 싶다
방 앞에 세워두고 삶의 표지로 삼고자 한다
나도 저리 표백될 수 있다면..
포크레인을 동원하고
우듬지를 세우기 위해 큰 공사판이 벌어졌다
요놈의 힘이 없었으면 도저히..
표지목 우듬지를 보러 동네 사람들까지..
기꺼이 조심조심 응해준 포크레인 기사님. 고맙다..
정중하고 신중하게
몸을 감은 밧줄 풀기
세우기
세워진 모습. 우듬지가 세절반 낮은 모습으로..
데크에서
하얗게 칠해 놓은 듯..
마당에서 숲쪽으로.
아리산방 일원으로 맞아 들인다..
주차장에서 본..
저렇게 맑은 모습으로
텃밭 옆 사립문 문설주로..
먼저 들어 온 돌과 함께..
버섯 재배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밑둥치
원래 자라던 그루터기를 찾아 봤다. 이렇게 전생이..
이렇게 달이 걸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거의 비슷한 고사목을 발견하다( 단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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