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풍차

아리박 2011. 6. 19. 07:23

풍차

                                       박  영  대

 

두 손 받쳐 들고 하늘을 돌린다 물을 돌린다 무서운 바다를 돌린다

회초리 같은 바람에 날개 벗고 허공에 몸 내맡긴다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할 육신임을

거스르는 무지 뻗대는 몽매 미리 알아 채리고

수줍은 몸 가벼움을 진상한다

하늘에 바다 저 무지와 몽매에게

 

찢겨진 날개는 모진 머슴살이였다 쉼 없이 돌아가는

부서져 뼈 닳아짐은 자식 기르기

벗어서 바친 몸은 어미의 걸음걸이 본능

 

바람아 옷고름 풀어도 좋다

바람아 치마폭 찢겨도 좋다

 

지금 당하고 있는 수모는 차라리 나막신 모성애였다

찢겨진 치마는 대대손손 홍살문 난간에 형형색색 금줄로 걸어다오

고물고물 허연 젖 짜내어 문전옥답 키우고 있다

 

 

 

 

 

네델란드 풍차마을 Zaanse Schans ( 잔세스칸스 )

 

 

저 뒤편에 바다 보다 낮은 마을이 숙명처럼 거기에 있었다

 

 

평화롭고 아름다와 보이는 풍차는 쉼 없이 돌고 있었다.

풍차마을에는 옛부터 나막신을 신었단다.  물이 많아 늘 땅이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막신을 곱게 깎아 관광용품으로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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