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장난감 / 박영대
세월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할애비보다 장난감 자동차를 좋아하는 손주놈에게서
세월을 배운다
울락불락 색조 자동차에 자존이 충돌한다
바퀴 성능이 진화한 질주 본능에 맞부딪친다
볼품없는 낡은 형체
수리할 수 없이 세월이 부서진다
가벼워진다
화물만큼 무거웠던 몸무게가 가벼워진다
수십해동안 버거움 줄이지 못한 내 결단성
먹고 마시고 기름 낀 헛무게
장난감 승객으로 올라타서
이리 타라면 이쪽으로
저리 타라면 저쪽으로
아직 버리기 아까운 착각
돌담 안 고물처럼 버티고 지킨 망상
칡넝쿨 감아 오르는 칭칭 동여맨 기억
저 여린 자동차에 질질 끌려
치워지고 있다
가벼워진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