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앞에 가면 / 박영대
산 앞에 가면 저축하고 싶다
욕심이 생긴다
버리지 못하고 욕심만 더 생긴다
꽃 보면 꺾어 오고 싶고
산짐승 보면 잡아오고 싶고
돌 하나 눈에 띄면 주워오고 싶다
빌려 주고 이자 받던 뻔한 머릿속을 벗어나지 못한다
산 앞에 가면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햇빛 부시면 그늘 바라고
바람 불면 의지곁 찾으면서
불평없이 견뎌내는 풀벌레보다
덜 누린 것도 아닌데
산 앞에 가면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떨어진 복권처럼 포기할 수 없을까
산 밖 벗어나는 것은 만기전 해지
그 안에 키워 온 뱃속 알 리 없고
그저 그럴듯한 결말로
막 헹구어낸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