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 / 박영대
무심한 적막에 귀 열고 오시기를
뜬금없이 찾아온 눈 쌓인 밤에
가로등 뒤척이는 꽃 무늬 잠옷
소리없는 목소리 두어 계절 건너서
그런 적 있었는지 잊힐만해서야
어둠속에 희미해진 꽃으로 웁니다
철새 떠나간 길목에
멀어져 간 뒷모습 세월로 굳어
부옇게 휘날리는 바람 끝 하얀 나무
그립다 휘몰아 치는 종소리
전해줄 말 다 모아서 뿌린 허공에
그 높은 곳까지 마른 정 끌어다가
참을 수 없어 부서진 바람으로
저리 다 무지하게 쏟아내고서
내일은 어찌하시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