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겨울 끝에서

아리박 2011. 2. 25. 05:46

겨울 끝에서 / 박영대

 

계절의 맏으로 나서서

가마솥에 얼음 조각을 누릉지처럼 눌리고 

철새들 아랫목으로 이불 끝 벗어난 발이 차갑다

나무들 수행자처럼

무소유마저 버리고

낯빛 굳어져 있다

 

긴것도 아닌것도 

말하지 않고 입 꼭 다물고 있다

 

왜 말 못 하는가

마무리 지으면서 궁색한 여유만 다져야 하는가

 

태어 날 아기 

마중다리에서 부산하게 기다리고 있다

 

고드름 빙벽에 심을 박고 정지된 겨울을 걸어두고 

 왜 나는 추운 시만 써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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