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에서 / 박영대
계절의 맏으로 나서서
가마솥에 얼음 조각을 누릉지처럼 눌리고
철새들 아랫목으로 이불 끝 벗어난 발이 차갑다
나무들 수행자처럼
무소유마저 버리고
낯빛 굳어져 있다
긴것도 아닌것도
말하지 않고 입 꼭 다물고 있다
왜 말 못 하는가
마무리 지으면서 궁색한 여유만 다져야 하는가
태어 날 아기
마중다리에서 부산하게 기다리고 있다
고드름 빙벽에 심을 박고 정지된 겨울을 걸어두고
왜 나는 추운 시만 써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