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아리산방의 피안문(彼岸門)

아리박 2010. 3. 18. 00:28

 

아리산방의 피안문

 

  아리산방에는 아랫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실내 계단이 있다

 

그 계단에 롤커튼 막을  설치해 놓았다

원래 용도는 추위가 너무 심해 아래층 온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나는 이 막을 문으로 생각한다

엷은 반투명 천으로 된 문.  줄을 당기면  올려 열리고  늦추면 내려 닫힌다

 

위층에 올라와서 이 문을  내리면  피안의 다리를 건넌 것 같다

혼자 누울 작은 방이지만  올라오면  차안의 벗어남이다

 

먹고 마시고 다투고 유혹하는 속(俗)에서의 떠남이다

 

양 옆 창으로 보이는  숲을 품은 산이  아기를 안고 키우는 어머니 모습이다

구비를 이루면서  흐르는 계곡의 유려함이  화동순리다

 

혼자서 여행 온 고독감.

달 뜨는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질 때까지 고독을 같이 나누고 간다

 

산 속 깊은 외딴집에  호롱불 켜고 있는 창백한 순수

까만 밤이면 더없이 방해 받지 않는 별이 또렷한 어둠이어서 좋다

 

기껏 땅에서  한층 올라왔을  뿐인데  아랫층과는 다르다

에리베이터 타고  올라온 고층아파트와도  또 다르다

 

수십층 올라와서  세상을 내려 보면 공연히 건방증이 생긴단다.

제가 가장 높은 줄 알고.

 

그러나 바로 한층위에서 살펴 보면  안보이던 것이 보인다

구석진 곳이 보이고  배려하고 안스러운 것이 보인다

 

나무들의 생장점이 보인다

바로 생명이 보이는 것이다

 

집을 짓는 사람들에게 꼭 건의하고 싶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생명이 보이는 피안의 문을 달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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