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시회에서 일말의 유감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린 난 전시회에 가 보았다
동양란을 비롯한 우리나라에 들어 온 세계란의 총 집합인 것 같다
잎을 가늘게 늘어 뜨리고 유연한 선의 자태로 옛 문인 묵객들을 사로 잡았던 전통 동양란은 아쉽게도 전시품목이 적고 여느 난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소위 명품란도 출품된 수량이나 격이 빈약했다
그러나, 서양란이라 칭하는 세계 여러나라의 희귀란은 어마어마한 출품수량과 화려함으로 방문자를 압도한다
또한 배양 기술을 한껏 뽑낸 저마다 본연의 색을 잘 발현시킨 색조 화장으로 우아한 자태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제 난의 추세도 화려하고 발랄하고 미끈한 서양란 쪽으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한다
난을 하면서 동양인은 화려한 색이나 화초로 보지 않고 있어서 길 같이 가는 동반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옆에 두고 미세한 선의 유려함과 짙지 않은 미향을 즐기려 했다
꽃도 화려한 색을 기대하기 보다 녹과 순백으로만 이루어진 은은한 素心을 사랑했다
나도 그렇다
차분하고 은근한 김용임과 들어내고 경쾌한 소녀시대로 비유될까.
졸작 난시 한편을 옮겨 적는다
소심과 차를 마시다
박영대
속치마 걸친 목이 긴 여인
창 밖에 온 아침 맞으러
작은 얼굴 수줍게 숙이고
雨水 따라 온 바람과 만난다
촉촉한 눈가에 설렘 가득 담고
고개 넘어 바람이 이고 온 봄볕 받아 들고 있다
참숯에 달구어진 가마솥 純熟을
식히고 식혀서 우려낸 청자빛 茶香
긴 목으로 향내 넘겨 녹빛에 취하고 있다
겨울내 갈증 태우는 뿌리들의 주름살
옹기 항아리에서 해동된 물기로 적셔 내어 푼다
무색보다 더 투명한 素心
깊게 번진 線으로 내 보여 주고 있다
차 마시기
좋은 때
이 꽃이 녹과 순백만 있는 소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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