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알농사

잡초 시비

아리박 2018. 5. 18. 09:15

잡초 시비

 

가끔 오는 산골 집에는 언제나 잡초와 한판 씨름이다

며칠만 지나면 왜 그리 잘 돋아나는지

 

바위나 물은

그대로 두면 자연이 되는데

그대로 두면 안 되는 것이 이 잡초다

그대로 두면 황폐가 된다

 

철저한 에고이스트

타자를 생각지 않는다

나만 아는 나쁜 놈이다

제가 서 있으면 안 되는 남의 자리까지 탐낸다

 

불청객. 침입자. 무질서. 무치. 과욕. 등

염치없는 말들을 모두 가져다 놓아도 부족한 염치없는 낯장

 

어느 시인은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풀이라고 했다

어떤 정치가는 잡초를 민초와 동일시한다

 

언젠가 잡초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버렸다고 썼다가 반응에 뜨끔했다

어떤 여성은 자기 머리채를 잡힌 것 같다고 감정이입했기 때문이다

니체가 채찍을 맞고 있는 말에게 달려가 온 몸으로 막았다는 일화 생각이 동시에 스쳐 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머리채를 잡을 밖에.

 

 

 

 

잡초 시비론

 

                  박   영    대

 

 

막무가내가 설친 일진

천명에서 빠져버린 꿈

 

어떤 포공을 모셔 와도

이름 지어 훈육하지했다

 

어설픈 시인에게 욕을 먹인

어설픈 눈물

 

꼭 안 될 자리에

귄 없이 버티고 서서 미움을 번다

 

염치 없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하는

상생의 파괴

 

끝내 이름 석 자

얻어내지 못하고

욕심 계속 부리면

 

에 들이기에도

밖에 격리하기에도

힘에 겨워

 

푸른기가 아깝다만

안 되는 것은 안 되고

호미 들고 나서겠다.

 

 

   마다

   마당에 퍼진 귄 없는 잡초들

 

   제가 있을 자리를 찾지 못하면 잡초

 

  이름이 있어도 이름으로 불리지 않으면 잡초

 

  태생부터 아예 이름이 없는 잡초

 

'터알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와 상추를 모종하다  (0) 2019.05.02
집사람의 텃밭 농사와 집 관리  (0) 2018.05.21
봄을 모종하다  (0) 2018.04.17
아리산방 봄을 열다  (0) 2018.03.25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버렸다  (0) 2017.07.07